개발도상국들이 경제 전문가들에게 교역에 관한 조언을 구하면,그 해답으로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이 단골로 등장한다. 리카르도가 1백80년 전에 정리한 이 이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효율성이 뛰어난 품목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포르투갈 같은 나라는 와인만을 생산해야 하며,금융가들이 넘쳐나는 영국은 옷을 만들어야 하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현재의 상황에는 맞지 않다.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고 있으며 천연자원의 중요성은 날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대상품목 중 제조업 상품이 농업 생산물보다 월등히 많은 점도 리카르도의 이론을 구식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하버드대의 리카르도 하우스만 교수와 다니 로드릭 교수는 최근 논문(Economic development as self-dicovery)을 통해 경제발전이 우연한 '자기 발견'의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고 주장,주목을 받고 있다. 자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지 미리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모자 산업에 강하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에 1억7천5백만달러 상당을 수출했다. 하지만 어떤 이코노미스트가 방글라데시에 대해 조언한다면 인구가 과밀하고 자본력은 빈약한 현실을 감안,십중팔구는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또 방글라데시와 자본,노동력,자연 등 모든 조건에서 비슷한 파키스탄이 모자가 아닌 침대시트를 미국에 수출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경제학자나 국가 지도자도 우위를 지닌 산업을 확정짓기는 어렵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바로 시행착오를 겪는 것 뿐이다. 하우스만 교수와 로드릭 교수는 후진국이 전통적인 산업에 투자할지 아니면 연고나 기술이 없는 최신 산업에 투자를 할지를 설명하는 이론적인 모형을 만들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전통 산업의 생산 비용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산업의 생산비용은 알 수 없다. 기업가들은 그 산업에 투자를 하고 나서야 그 비용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즉 투자는 일종의 산업적 실험에 해당하는 것이다. 투자가 이익을 얻든 아니면 손해를 보든간에 일련의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야 한 나라의 강점과 약점이 드러난다는 게 그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개도국 기업가들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충분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사업가들은 독점과 같은 충분한 보상이 예상될 때만 새로운 사업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보상의 유형은 특허나 지식재산권 보장 같은 것이 있다. 또 경쟁자로부터 쫓겨 막다른 길목에 들어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신생업체를 자유 경쟁으로부터 보호한 경우도 있다. 새로운 산업에 진출한 특정 업체를 같은 국가의 모방 사업자로부터 보호하는 데 쓰이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금융 혜택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부작용은 있다. 하우스만 교수와 로드릭 교수는 부작용의 예로 한국의 산업화 정책을 들었다.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은행을 통해 성공 기업과 실패 기업에 대해 차별대우를 해왔으나,우대 정책에 의해 성장한 회사들이 결국 90년대 들어 금융시스템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산업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비교 우위를 찾아내는 것처럼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정리=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2월27일자에 실린 'Finding your nich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