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유통기간이 지난 방독면을 외국인근로자들에게 팔아넘기면서 자국민들에겐 신형 방독면을 무료 보급해온 사실이 12일폭로되면서 야당과 언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일간 하아레츠와 공영 라디오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스라엘군이 1984년 이전에 제조한 방독면과 필터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일부는 제조된지 20년도 지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또외국 근로자들에게 판매한 신경가스 해독제인 아트로핀 주사제도 1995년 이전에 생산된 것으로 유통기간이 지난 것들이라고 폭로했다. 하아레츠는 더욱이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민간인들에게는 1984년 이후 제조한방독면과 1996년 이후 생산된 아트로핀 주사제를 공급해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화학공격에 대비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방독면을 개당 200셰켈(미화 41달러)에 판매하면서 자국민들에겐 무상으로 공급해왔다. 공영 라디오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정부로부터 신형 방독면을 공급받으면서 반납한 구형 방독면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팔려나갔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로 중국과 필리핀, 태국 출신인 외국 근로자들은극도의 분노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에는불법 및 합법 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30만명에 달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오페르 피네스 사무총장은 "우리가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방독면을 외국인들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즉각적인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방독면 공급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성명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판매한 방독면도 최소한 6개월은 더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그러나 문제의 방독면이 유통기간을 넘긴 것은 사실이라고확인했다. 노동자 권익 보호단체인 카브 라오베드는 유통기간이 지난 신경가스 해독제를사용할 경우 부작용의 위험이 있으며 방독면도 오래되면 효과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로부터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이라크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전국민에 신형 방독면을 공급하는 등 안전대책을 강구해왔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