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 보존은 모든 사건.사고의 기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대구지하철 대참사의 현장을 곧바로 복구한데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1080호 전동차 희생자의 훼손 상태가 심해 유류품으로 신원 확인에 나서야하는 현재 상황에서 사고현장 복구 및 훼손은 더욱 아쉽다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대책본부는 현장보존의 중요성을 모른채 사고 당일(18일)두 전동차를 월배차량기지로 견인했다. 이 부분은 국과수도 인정하고 있다. 국과수 집단사망자관리단 이원태(50) 단장은 "사고 현장에서 사체수습을 하는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장 사정이 나빠 어쩔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체 수습과 신원 확인 작업이 시급해 전동차를 견인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최대한 현장보존을 유지하면서 전동차를 견인했느냐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고 다음날인 19일 사고대책본부의 복구반이 빠른 복구를 위해대청소를 했다는 것이다. 복구에 3-5개월이 소요되는데 불과 며칠을 참지 못한 복구작업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더욱이 지하철 운행이 재개됐지만 사고현장 중심으로 양쪽에서 `반쪽 운행'만하는 실정으로, 현장 복구가 시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하철공사의 복구반 일지를 보면, 사고현장의 훼손 실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18일= 오후 5시 30분 피해조사단 투입해 구조물 균열 조사. 오후 9시 20분부터 전동차 견인 작업(모터카 2대) ▲19일= 오전 1시 전동차 2대 월배차량기지로 이동 완료. 오전 11시 30분 감식반 감식 완료에 따라 안전진단반 점검. 오후부터 군 200명과 직원100명 투입해 잔재물 수거(청소). 마대에 잔재물 담아 모터카로 안심차량기지 이동. ▲20일= 잔재물 수거. ▲21일= 긴급안전진단 및 잔재물 수거. ▲22일= 새벽에 이틀간 수거한 잔재물 모터카로 안심차량기지에 입고. 오전 10시 작업 중 유족들 작업중지 요청. 복구반의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거한 잔재물은 마대 200-300여개로 안심차량기지에 보관 중"이라면서 "19일 승강장의 벽에 설치된 소방호수를 이용해 물청소를 한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종자들의 유류품과 유골 등이 각종 잔재물과 섞여 있어 분류 작업이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실종자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현장 훼손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 공동대표 강달원(37)씨는 "변호사 10여명과 함께 공무원들의 사고은폐 및 직무유기 등에 대한 법적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연합뉴스)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