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키운 아이들을 너무도 허무하게 보내야 하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22일 대구지하철 방화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구 시민회관에서 실종된 남매를 찾는 김창윤(50.경북 포항시), 정경숙(48)씨 부부는 잘 키운 딸(김향진.23.계명대)과 아들(김철환.21.중앙대 1년)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딸의 대학 졸업식이 있던 날, 포항 집을 떠나 대구에 도착한 뒤 남매를 먼저 졸업식장으로 보내고 다른 볼 일을 보던 김씨 부부는 TV를 통해 전해진 사고 소식에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과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았고 그렇게 사흘이 지난 뒤 지하철역 폐쇄회로 화면에 나타난 아이들의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찾을 수 있었다. 더구나 아이들의 휴대폰 위치 추적 결과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넋을 잃고 말았다. "포항에 있는 미술학원에 취직했다며 좋아하던 딸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힙니다. 아들애도 집안의 기둥으로 늠름하게 자라 주었는데....." "오는 6월 군 입대를 앞두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한 착한 아들이었다"며 김씨 부부는 울먹였다. 다 키운 남매를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김씨 부부의 초점없는 눈동자는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