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은 우울증 증세를보여온 한 50대의 불특정다수를 향한 우발적 '돌출행동'이 계기가 돼 130명이 넘는사망자를 낳은 끔찍한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방화용의자인 김모(56)씨는 몇년전까지 택시운전을 하다 병원에서 뇌졸중 치료를 받은뒤 의료사고로 신체마비증세가 있었고, 이를 비관해 우울증 증세를 보여 병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는 가족들에게 "병원에 불을 지르겠다"는 말을 수시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우울증이 지하철 방화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우울증 증세 등 정신이 온전치 못하거나, 정신병력을 갖고 있는 한 개인의 우발적 범행은 이번 사건처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낳을 수 있고,다중을 향한 테러라는 점에서 관련당국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 어린이 선교원에서 50대 정신병자가 어린이들을 상대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10여명의 어린이들이 병원으로 후송됐고 이후에도 어린이들은 심한 심리적 외상을 겪어야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 지하철 1호선 방학역 앞에서 30대 정신병자가 역에서 나오던 시민 2명을 이유없이 흉기로 찔러 경찰에 체포됐다. 같은해 7월에는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에서 평소 대인공포증을 앓아온 20대가 꾸중을 하는 어머니와 형을 찔러 중태에 빠뜨리기도 했다. 피해자를 낳지는 않았지만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의 특급호텔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고 협박전화를 건 정신병력이 있는 20대 남자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1년에 국내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킨 형사사건은 모두 1천447건으로 한달 평균 120건에 달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1년 발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정신분열을 앓고있는 환자는 모두 17만명으로 이중 70% 이상이 극빈자였지만 9%만이정신과 치료를 제대로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정신질환은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완치가 가능하지만 고가의 의약비와 사회적 편견 등으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못하고 남모르게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양대 의료원 신경정신과 남정현 교수는 "오랜기간에 걸친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궁핍과 차별을 조장하는 주변의 시선으로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국가차원의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허술을 지적했다.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은 "용의자 김씨의 증상은 전형적인 우울증으로 이는 분노나 증오감이 자신에게 향할때 일어나는 것"이라며 "우울증 환자의 무의식속에 쌓인 분노가 외부를 향해 폭발한 것이 이번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백 소장은 "과거 우울증 환자들의 증상은 자살 등 자신을 향한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들어 '내가 아닌 사회의 잘못'이라며 타인을 향해 증오심을 발산하는 '사회전체의 분열증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유형의 사건이 더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립서울정신병원 소아청소년재활치료과장 한성희 박사는 "정신질환자가 일반인보다 우발적 범행을 더 많이 저지르는 것이 아닌데도 사건이 일어나면 당장 격리해야 할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문제"라며 "질환자 가족과 지역사회가 지속적관심을 갖고 질환자들을 관리하는 동시에 정부도 사회지지망 구축에 투자를 늘려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김상희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