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섬업계의 거목 백욱기 동국무역 창업 회장이 12일 오후 7시2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故) 백 회장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섬유산업은 영원하다'는 신조를 갖고 평생을 섬유업에만 종사하며 수출로 개발 시대를 주도했다. 1919년 경북 달성 출생으로 16세에 염료행상과 포목상으로 출발,일제시대 말기 대구에서 아명을 딴 '백윤기상회'로 터를 잡았고 50년 동국무역의 전신인 동국직물을 설립했다. 한때 동국무역 동국화섬공업 동국방직 동국종합전자 등 계열사 13개를 거느리고 국내 30대 그룹을 이끌었다. 외모가 닮았고 고집이 세다 해서 '등소평'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으나 79년 동국장학재단을 설립해 매년 소년소녀 가장 60여명과 대학생 8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동국실업고등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대외 활동은 활발하지 않았다. 79년 대구상의 부회장,84년 섬유기술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한 게 전부다. 섬유 수출로 경제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84년 국민훈장 석류장,95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동국그룹은 백 회장이 96년 동국무역 그룹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화섬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외환위기 때 4개사를 남기고 모든 사업을 정리했고 99년 동국합섬 동국방직 동국화섬공업이 동국무역에 통합된 후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다. 유족은 부인 류점임씨(81)와 영자 문현(현 동국무역회장) 은자 인현 민현 경현 성애 보현씨 등 4남4녀. 빈소는 대구 경북대병원(053-420-6145),발인은 16일 오전 8시,영결식은 이날 오전 9시30분 대구 섬유개발원 국제회의장에서 섬유인장으로 거행된다. 장지는 대구 동구 내동 선산.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