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古稀)를 맞은 만학도가 입학 51년만에 졸업장을 받게 됐다. 1934년생으로 올해 일흔이 된 최선동씨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는 것. 지난 52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졸업을 1년 앞두고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 최씨는 미술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2001년 서울대 서양학과 4학년으로 복학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될 만큼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구청에서 주 2∼3회 미술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주말에는 취로사업에 나가 미술용품비를 마련했다.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손자뻘 학생들은 최씨에게 큰 힘이 됐다. 오히려 부담스러워한 것은 교수들과의 관계. "일부 교수들이 '어떻게 선배님 그림에 대해 말하겠습니까'라며 그림에 대한 평가를 유보할 때 조금 섭섭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양화과 졸업학점을 채우고 동양화까지 부전공으로 이수한 최씨의 평균학점은 2.9로 낮은 편이지만 6·25로 뒤숭숭했던 50년전의 성적이 좋지 않아 방법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1학기에는 4.03으로 과수석까지 차지했다. 최근 TEPS공부를 시작했다는 최씨는 "대학원에 진학한 뒤 여건이 되면 유학도 가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