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이란 근본적으로 남녀의 속성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서로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생각하는 게 전혀 판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여자는 힘든 상황에 처하면 대화를 통해 위로받으려 하는데 반해 남자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쉬고 싶어한다. 또 남자는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여자는 뭐든 다른 사실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남자가 '누구네집 된장찌개는 맛있어' 하면 여자는 '내가 만든 건 맛이 없다고'로 받아들이는 식이다. 어떤 싸움이든 여자는 그 자리에서 끝내고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반면 남자는 일단 냉각기를 갖자는 식으로 현장을 피하려 하는데다 가급적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갈등 심화의 요인이다. 개그우먼 이경실씨가 부부싸움 중 남편에게 맞아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다. 원인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유에 상관없이 폭력을 휘둘렀다는 건 어이가 없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도 세 쌍이 결혼하면 한쌍은 이혼한다는 마당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건 옛말이다. 싸우다 보면 격해지고 그래서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다 보면 감정이 상하기 쉽다. 화해한다고 해도 어느 한쪽 혹은 양쪽 모두 가슴 속에 앙금이 남기 십상이고 심하면 갈라서게 된다. 그러나 이혼은 당사자는 물론 자녀와 부모형제에게까지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 때문에 싸우기 전에 '진짜 싸울 일인가, 내가 정말 옳은가, 싸우는 게 득이 되는가'를 따져보고 그래도 싸워야겠다 싶으면 싸우되 아무리 화가 나도 몇 가지 말만은 피하라고 한다. '이혼해' '당신네 식구들은 왜 그래' '뭐 잘났다고' '당신 닮아 애가 저렇지' '누구누구 좀 봐라' '죽어 버리겠다' 등은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욕하지 말고, 너무 오래 끌지 말고, 미봉책으로 끝내지 말고 무엇보다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말라는 조언도 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털어놓는 게 꾹꾹 참다 터뜨리곤 온갖 과거사를 읊는 것보다 백번 낫다는 말도 명심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