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5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특별회의에 출석,'이라크의 유엔결의 위반'에 관한 증거물을 제시하며 강력한 전쟁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90분간의 안보리 증언을 통해 "이라크가 안보리결의를 명백히 위반했다"며 녹음테이프,위성사진,망명자 및 정보원 진술 등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각국의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영국 호주 등과 동구 10개국은 파월 장관 연설에 지지를 표명한 반면 프랑스 독일 등은 '사찰 연장'을 주장,미국의 전쟁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파월카드'로 전쟁명분을 축적하려던 미국의 의도는 당초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못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영국·호주 강력지지-프랑스·독일은 사찰 재강조=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파월장관의 연설 직후 '강력한'(compelling) 증거라며 "안보리가 마침내 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미국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도 "파월 장관의 증거는 유죄를 확정하는 기소내용과 같다"고 주장했다.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10개국도 파월 장관의 안보리 연설에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은 파월 장관의 증거 제시에도 불구,'성급한 군사행동 반대'라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무력사용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반박했고,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파월 장관의 증거물은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찰이 계속돼야 함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여전히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믿지 않는다"며 미국측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오는 14일이 분수령 될 듯=다양한 증빙자료에도 불구,파월 장관이 안보리 연설에서 이라크가 유엔결의를 위반했다는 확증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따라서 이라크 공격시기를 결정하는 분수령은 오는 1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스 블릭스 유엔사찰단장과 모하메드 엘리바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4일 이라크의 위반내용을 강도 높게 비난한다면 미국은 '안보리 재결의'가 없더라도 이달중 이라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보고내용이 1차수준과 비슷할 경우 이라크전쟁은 3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