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대통령직 인수위 등이 구상하는 집단소송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등 주요 재벌정책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재벌정책을 놓고 차기정부와 재계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LG 등 대기업그룹들은 재정경제부가 이날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를 올해 상반기 도입하고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표면적으로는 "공식 입장이 없다"며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올 것이 왔다'며 긴장속에 새 정부의 정책실현 의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경제환경이 불투명한 가운데 차기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전면적인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전경련은 집단소송제의 경우 남소유발 가능성이 크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제도도입 방침 철회를 주장했고, 금융기업 계열분리청구제도는 재산권 침해 우려와 법 적용의 타당성 문제를 들어 반대의사를 밝혔다. 상속.증여 포괄주의에 대해서도 조세권을 남용하고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며 유형별 포괄주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이런 입장표명으로 손병두 부회장의 차기정부 정책 비판발언과 김각중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 이후 점차 진정돼 가던 재계-정부 갈등이 각종 정책 시행여부를 놓고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집단소송제 등과 관련한 재경부의 인수위 보고에 대해, "집단소송제와 같은 방식으로 경영권 행사에 부담을 줄 경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도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의 한 고위간부는 "집단소송제 등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제도의 단점들과 기업의 어려운 점 등을 관계기관 등을 통해 최대한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해 정부정책에 일방적으로 순응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도 이와관련, 최근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정부는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거나 공정거래위를 통한 직접적 방법보다는 시장의 힘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새 정부 재벌정책의 당사자인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공개적인 반대할 경우, 정권의 눈 밖에 나는 일이 생길까봐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비공식적으로는 인수위의 재벌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강력하게 개진하면서 반대여론 조성에 주력하는 한편 정책 조기시행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집단소송제는 일본에선 도입을 하지 않았고 미국에서도 도입했다가 부작용으로 상당부분 후퇴한 제도로 우리가 실시하기엔 시기상조"라며 "반대입장은 재계의 공통의견"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특히 전문 소송꾼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높아 우려된다"며 "그러나 일단 시행된다면 이사회 의결사항 등 법에 신고하게 돼 있는 사안을 준수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 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