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은행들은 지난 97-98년의 금융 위기에서 회복되고는 있으나 중국, 대만, 태국 및 필리핀 등의 부실채권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신용평가 기관인 피치의 간부가 22일 평가했다. 피치의 아시아.태평양담당 데이비드 마셜 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한국과 싱가포르 은행들이 역내에서 "가장 괄목한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홍콩과 말레이시아도 금융 구조조정에서 진전을 이루기는 했으나 여전히 정리돼야할 부실 은행들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마셜은 진단했다. 마셜은 한국이 "금융산업 회생에서 가장 훌륭한 실적을 냈다"면서 그러나 "가계신용대출 급증이 (새로운) 장애로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크레디트카드 발급이 급증하면서 은행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가계신용의 질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중국에 대해 마셜은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100-500%에 달한다면서 "현재로선 국가가 은행을 뒷받침해 신용이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당국이 720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 패키지를 모색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마셜은 덧붙였다. 그는 대만도 금융 부문이 일본식으로 와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는 2005년 5월까지 은행 수를 50개에서 약 15개로 대폭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입법이 지연되는 등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셜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및 태국에서도 부실채권이 금융권의 발목을 붙잡고있다면서 일부 개선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비판했다. 마셜은 이어 피치가 "지난 2년여간 (아시아.태평양 은행들에 대해) 후하게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면서 따라서 "올해는 (등급상향 추세가 상대적으로) 늦춰질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쪽에 더 비중을 둔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역내 은행들이 피치로부터 등급을 상향조정받기 위해서는 "더 힘들게노력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