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생산된 값싼 포장김치가 국내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중국산은 국산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다량 수요처인 공장이나 회사 식당 등 단체급식소와 도시락업체 등에 공급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수입업자들은 대용량으로 수입된 중국산 김치를 소포장한 뒤 국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어 국내 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김치.배추 수입실태 지난해 11월말 현재 전국 각 세관을 통해 수입된 김치는 모두 69만8천156㎏(32만달러)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37만2천835㎏(17만2천달러)에 비해 물량으로 87.3%, 금액으로 85.7% 늘었다. 수입된 김치의 98.6%는 중국산으로 북한산이나 태국산에 비해 월등히 많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태풍 피해로 배추 작황이 부진하자 포기배추 수입도 급증했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수입된 배추의 양은 189만1천315㎏(43만1천달러)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3만9천250㎏(5만5천923달러)에 비해 물량으로 690%, 금액으로 670%나 급증했다. ◇유통실태 수입된 중국산 김치는 주로 공장이나 회사 식당, 도시락회사 등 대량 수요처에 공급되고 있다. 국산이 ㎏당 1천500∼2천원인 반면 중국산은 800∼9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체급식소 운영업체는 당연히 값싼 중국산을 선호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수입업자들은 30㎏짜리 대용량으로 수입된 중국산 김치를 소포장한 뒤 국산으로 둔갑 판매하거나 중국산 배추로 김치를 담가 국산으로 판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충북지방경찰청은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 김치로 속여 시중에 판매한 혐의(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로 충북 괴산군 증평읍 모 농산 부사장 이 모(30)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중국산 김치를 kg당 800원에 구입한 뒤 국내산(kg당 1천∼2천원)으로 속여 4만5천여kg을 학교, 기업체 등에 유통한 혐의로 충남 공주시 모 식품회사 대표 이 모(45.여)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경찰청 외사3과도 중국산 수입배추 1만여㎏으로 김치를 만들어 국산 김치로 속여 병원과 학교 등 12곳에 공급해온 혐의(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로 U식품회사 대표유모(51)씨를 불구속입건하기도 했다. ◇업계 피해사례 국내 김치제조업체는 대략 660여개로 추정되고 있고 이들 회사에서 생산하는 김치는 연간 40만t에 이른다. 이들 업체 가운데 중국산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는 공장 식당이나 군부대 등에 납품하는 영세업체들이다. 경기도 군포시 D산업의 경우 도시락업체나 기업체 식당, 중국집 등에 김치를 공급, 월 3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 1억원으로 급감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국산의 절반값에 불과한 중국산 김치가 수입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단체급식소 업주들은 김치를 먹는 소비자가 제품의 출처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점을 노려 값싼 중국산으로 구매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N식품 K사장(55)은 "중국산 김치가 광주지역 단체 급식소에 공급되면서 영세 업체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며 "더구나 중국산이 덤핑으로 일본에 수출되면서 대 일본 수출마저 2001년 6억원에서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북지역도 중국산 저가공세에 밀려 지난해 10월말 현재 대 일본 수출이 27만1천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 110만5천달러에 비해 무려 75%나 감소했고 일부 업체는 수출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치회사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의 국내 유통비율은 아직 높지 않지만 증가세가 가파르고 단체급식소 등에서 저가의 김치를 선호하기 때문에 향후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중국산 수입김치의 불법유통실태를 철저히 단속하고 차별화된 제품생산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창구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