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폐지를 유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자 구조본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에 따르면 DJ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룹 기획조정실 폐지를 추진했으나 별다른 실익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확실한 방침을 정하지 않은채 다시 구조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대기업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아울러 구조본이 마치 오너의 독단을 상징하는 표상처럼 잘못 알려져 있으나 계열사간 중복투자를 막는 한편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시켜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는 등 순기능도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세계화 진전에 따라 기업의 우선 목표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익을 내는데 있는 만큼 구조본 존속여부는 이 목표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를 따져 결정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내실경영을 다지고 재무구조를 안정시켜 위기를 극복하는데 구조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대를 위한 구조본의 순기능이 적지않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제도개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SK도 현재의 구조본이 과거의 그룹회장 비서실이나 기조실과는 달리 계열사들에 대한 일방적 통제와 지시보다는 지원과 코디네이션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의 비서실과 등등한 시각에서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미 지주회사 형태로 그룹을 재편키로 한 LG는 지주회사의 조직과 역할, 현재비서실 기능을 하고 있는 구조본의 처리방향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어 인수위의 구조본 폐지 논란이 어느방향으로 진진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주회사가 유망사업 발굴, 한계사업 정리 등 사업포트폴리오 구성과 자.손회사의 출자자산 관리 뿐 아니라 자.손회사에 대한 감사기능, 주요 경영진 인사기능도 일부 담당해 구조본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는 만큼 지주회사에 구조본 기능이 흡수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코오롱은 "지금까지 구조본을 통해 경쟁력 없는 사업부 폐지, 투자우선순위 결정 등 개별회사 차원에서는 할 수 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다"며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구조본은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방침이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지만 폐지하라면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인수위에서 구조본 폐지를 언급하면서 이 문제가 기업개혁의 주요사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에따라 구조본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대기업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인수위의 구조본 폐지 방침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정부에서도 그룹창구로 구조본을 활용하는 등 이의 존재를 인정하는 측면도 많아논란이 확산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