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새해부터 독일은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며 사회체제의 전면적 개혁을 시작하는 길고 어려운 과정에 들어서게 됐다고 30일 밝혔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제1공영 ARD방송과의 회견에서 적녹연정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재정과 사회 안전망에 발생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기존에 시도해온 개혁 노력은 앞으로 (집권) 4년 동안 추진해야 할 근본적 개혁과정을 위한 기초에 불과하다면서 독일이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길고 힘든 길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이 길의 끝에는 새롭게 재편된 사회체제가 있을 것이라면서 한계에 달한 연금 재정 등 여러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적녹연정이 비밀리에 준비해온 개혁방안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문건에 대해 슈뢰더 총리는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같은 방향으로 가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의 핵심은 연금이나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관련 보험료 납부액은 인상하되 관련 보조금 등의 지출은 축소하는 반면 상점 영업시간 제한 등 경제 활성화에 장애가 되는 규제는 완화하는 것이다. 문건에는 또 사회보장 납부액을 1% 포인트 올릴 경우 새로운 일자리가 첫 해 애 약 2만 개, 3년 째엔 약 10만개 창출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같은 개혁에 대한 저항 가능성과 관련해 슈뢰더 총리는 "독일인의 심성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계속 부유한 나라이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한데 이는 상대방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보다 스스로 변화하려 할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특정 집단에는 개혁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우리의 경제적, 정치적 여건을 변화시켜야만 되는 상황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알렌스바흐가 지난 10일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도의 삶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은 31%에 불과하고 대부분 회의적으로 보거나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알렌스 바흐가 지난 1949년 동일한 여론조사를 실시해온 이래 이처럼 낙관자 비율이 낮았던 일은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1950년,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3년, 1981년의 경제침체기 등 세차례 뿐이었다.

또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적녹연정에 대한 지지도는 현재 전후 집권당 사상최저로 떨어진 상태다. 이는 슈뢰더 총리가 지난 9월 선거전 당시 세금을 전혀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약했으나 집권 이후 각종 세금과 사회보장료를 올리고 보조금은 줄이는 등 `신뢰도의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