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운영과 관련하여 차기정부는 '연평균 7% 성장'이라는 성장전략을 주장함으로써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1백대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내년 성장률을 약 5%로 보고 있다.

성장 그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5%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인위적으로 7%로 끌어 올리려면 경제정책에 많은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에 경기가 불투명하고,이에 따르는 설비투자 감소와 청년실업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어서 정부도 성장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사용하는 거시경제 수단은 재정지출 확대, 소득세 인하, 금리인하로 집약될 수 있는데,이들이 한국상황에 잘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정지출의 확대는 정부역할을 중시하는 정책인데 주택 2백만호 건설,인천공항·고속철도 건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효과가 있고 국가 인프라를 향상시켜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다.

그러나 재원 조달을 위해 세금을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독일의 슈뢰더 정부가 세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독일 기업들이 생산비가 저렴한 폴란드와 헝가리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독일의 실업률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10% 수준이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사회복지비 지출 확대를 위해 세금을 인상하면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할 것이다.

다른 경기 부양책으로는 소득세 인하를 들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부시 정권은 경기 부양책으로 과감한 소득세 인하를 계획하고 있는데,소득세 인하가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키고 이는 수요증대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수요증대는 경기의 활성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수도 증가해 선순환이 발생한다고 믿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득세 인하는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소득세 인하를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는 역대 어느 정권도 자신의 영향력을 스스로 감소시키는 일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정권 초기에는 '작은 정부'를 주창하지만,나중에 가서는 슬그머니 정부 조직을 늘려 왔다.

마지막으로 금리인하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역시 실현 가능성이 작은 정책이다.

금리인하는 소비자의 금융비용을 줄여 소비를 촉진시키고,채권의 메리트를 감소시켜 상대적으로 유리한 증권투자를 활성화시킨다.

그러나 이미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경제 곳곳에서 상당히 나타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면 그 증상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저금리로 인한 폭발적인 가계부채 증가는 국가 경제의 기조를 흔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부실은 구조조정으로 2∼3년 안에 해결되지만,개인의 부실은 10∼15년 이상 지속된다.

우리의 외환 위기는 기업부실이 주범이었기 때문에 3년이 지난 오늘 거의 다 회복됐지만,일본의 장기침체는 부동산값 붕괴로 인한 개인 부실이 주범이었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도록 지속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현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거시경제정책 수단은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결국 거시경제정책의 운용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어떠한 정책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경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치 신념의 문제이기도 하다.

재정지출의 확대는 정부의 역할을 증대시키겠다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소득세 인하는 '작은 정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금리정책은 재정정책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돼야 한다.

미국을 보더라도 오랜 세월 공화당 정부는 '작은 정부'를,민주당 정부는 '큰 정부'를 선택했다.

이처럼 경제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경제문제를 섣불리 정치문제와 분리시킬 수 없는 것이다.

wchu@car12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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