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중에도 건설산업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인테리어나 건설 코디 정도가 제격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은데,이러한 사회적 통념을 깨고 여성 건설인들의 내재된 힘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창립된 '한국여성건설인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김혜정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48)는 "여성의 능력을 제도나 관습으로 억제해선 안된다"며 "여성 건설인들의 역량확대,권익보호,사회참여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건설인협회'는 건축 토목 조경 인테리어 환경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계 관계 업계의 전문직 여성건설인 1백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건설분야 여성기술사 등을 새롭게 영입하는 내년쯤엔 회원수가 3백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협회는 여성들의 공공건설사업 참여 확대,건설관련 여성기술교육,국내외 관련단체와 제휴 및 교류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건설은 이용자들이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합니다.하지만 요즘의 건설 경향을 보면 삶의 질을 추구하기보다 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회장은 현대 건축공간이 인간의 생활 행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도시 건설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도 여성적 관점이 무시되다시피 할 정도"라며 "남성 주도로 진행되는 건설은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같은 노약자들의 생활 환경을 간과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성적 관점에서 건설산업을 연구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여성의 단편적인 참여보다 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완성도 높은 건설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92년 대학강단에 설 때만 해도 수도권 대학의 건축학과에서는 유일한 여성 교수였던 그는 "건설분야 일을 선택한 것에 크게 만족한다"며 "다시 태어나도 건설관련 일을 선택할 것"이라며 자신의 일에 깊은 애착을 보였다.

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