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개표작업에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 한차례 선을 보인 전자개표기가 투입돼 지난 97년 대선때보다 신속하게 개표가 이뤄졌다. 개표기 사용법을 몰라 개표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쳤던 지방선거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각 개표소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사전교육을 철저히 받은 듯 별다른 혼란이없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종로구청 4층 대강당에 마련된 종로구 개표소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자동개표기였다. 개함부에서 가지런히 정리한 투표용지가 개표운용부로 넘어가자마자 분당 250매의 투표용지를 처리할 수 있는 `자동개표기'를 이용한 개표작업이 시작됐다. 대체로 순조롭게 개표작업이 진행됐지만 간간이 투표 용지가 중간에 걸려 구겨지거나 찢어지는 경우가 간간이 발생, 개표 작업을 지켜보던 각당 참관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일부 개표 테이블에서는 자동개표기 작업을 거친 투표용지 중 다른 후보의 이름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해당 후보의 집표대에 들어간 것이 개표 사무원에 의해 발견돼 재검표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한편 자동개표기를 통한 개표 작업이 계속되면서 개표기에 연결된 모니터에는각 당 후보들의 득표수가 실시간으로 공개돼 각 당 참관인들은 이를 보며 그때그때중앙당에 보고하느라 누구보다도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일선 선관위는 전자개표기를 통한 개표가 도입되면서 각 당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개표 결과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개표기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자동개표기가 처음 사용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직원들의 미숙한 운용 외에도 기기 자체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다는 판단에서 선관위측은 기기관리에 매우 신경을 썼다. 우선 자동개표기의 스캐닝 시스템이 빛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 자동개표기 위에는 다른 개함부나 심사.집계부와는 달리 백열등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취재를 위해 개표함 테이블 주위를 둘러싼 카메라 기자들에게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것을 주문하기도 했으며, 얼마후 아예 개표장이 아닌 참관인석으로들어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기기 주변에는 강력 먼지제거제를 몇통씩 비치해 놓고 수시로 기기 관리업체직원과 선관위 직원이 주위에서 지켜보면서 기기의 오작동이 발생하면 즉시수리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