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압사사건을 계기로 SOFA(한미 주둔군 지위협정) 개정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상당수 언론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기회주의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업 언론인과 언론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1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한국방송광고공사 회의실에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여중생 압사사건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토론회'에서 KBS와 SBS, 그리고 조선, 중앙,동아 등에서 나타난 보도의 문제점을 집중 비판했다. 지상파방송 3사의 보도태도를 분석한 양문석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정책연구실장은 "KBS와 SBS는 사건을 축소 보도하려는 태도를 드러냈으며 본질인 SOFA개정 문제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장갑차 관제병 니노 병장의 무죄평결 이후 10일까지 21일간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의 관련보도를 집계한 결과 MBC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SBS와 KBS는 각각 38건과 34건이었다. 또한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난 SOFA 문제점에 대해서도 MBC가 7건을 보도한 반면KBS와 SBS는 두 차례씩밖에 다루지 않았다. 더욱이 KBS는 SOFA 핵심쟁점에 대한 설명 없이 김대중 대통령이 SOFA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만 부각시켰다는 지적을받았다. 양문석 실장은 "25일 화염병 시위가 발생했을 때 KBS는 `화염병 시위'란 제목아래 `난데없는 화염병', `한 작은 미군시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부정적 측면을 강조해 각각 `번지는 분노'와 `무죄 항의 불길'이란 제목을 뽑은 MBCㆍSBS와 대조를이뤘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ㆍ조선일보ㆍ중앙일보ㆍ한겨레신문의 모니터 결과를 발표한 민언련의이유경 간사는 사건 발생 직후 언론의 외면과 소극적 보도태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6월 13일 사건이 발생하자 동아ㆍ중앙ㆍ한겨레는 사회면에서 이를 단순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으며, 조선은 사건 발생 사실조차도 보도하지 않다가 20일에 이르러서야 `궤도차에 숨진 여중생 미군부대서 추모행사'란 기사를 처음으로 실었다. 이어 미군의 자체조사 결과 발표(6월 20일)나 대책위 관계자들의 의정부 시위및 인터넷언론 기자 연행(6월 27일) 등에 대해서도 한겨레만 보도했을 뿐 조선ㆍ중앙ㆍ동아는 일제히 외면했다. 동아의 6월 29일자 사설 `미군 여중생 사고 원만한 처리를'은 미군을 보호하는데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조선은 `미군 "장갑차 사망 충분히 사과하겠다"', `"중대장과 교신하느라 사고경고 못들어"…미군 장갑차 운전병 진술',"주한미군 사령관 "모든 책임 인정"…"과실 없었다"서 입장 바꿔' 등 미군측 발언을직접 인용하는 제목을 주로 뽑아 미군측의 입장에 무게를 두었다는 인상을 주었다.동아는 7월 19일자에 이례적으로 사건의 전말을 소개하는 기자칼럼을 실었으나 생활면에 실려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무죄 평결 이후 조선과 동아는 이를 소극적으로 보도하거나 `반미'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드러냈으며 중앙은 비교적 SOFA의 문제점을 보도해 다소 차이를 보였다. 특히 조선은 미국 비판 여론을 `감정적 반미'로 몰아붙이는 한편 이회창 후보와노무현 후보를 싸잡아 `정치권의 편승'으로 비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이용대 여중생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이정무 인터넷방송 `민중의소리' 편집국장등도 일부 언론의 친미적 성향과 편파적 보도태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