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또다시 새 시대를 열고 있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어 놓은 장쩌민 세대가 물러나고,보다 더 실용주의적 사고를 표방하는 제4세대 영도자 그룹이 등장했다. 노동자와 농민의 대표들로 구성돼 왔던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이제는 기업가와 자본가 대표들도 떳떳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중국에는 6천6백만 공산당원의 수를 능가하는 6천8백만명의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택동이 경멸했던 사유재산권을 오히려 보호해야 한다는 장쩌민의 연설이 중국의 변화방향을 묘사해 주고 있다. 사적재산권의 보호를 헌법에 규정하는 일은 오직 절차만 남겨 둔 듯하다. 주식과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의 소유는 이제 중국의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제도 변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이러한 체제 변화는 중국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적재산권의 강화와 WTO 가입에 따른 무역제도의 국제규범화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자를 유치한 중국으로 하여금 더 많은 외자의 유치를 가능케 하여,아직 연안에만 집중돼 있는 '세계의 공장지대'를 점차 내륙지방으로 확산시켜 갈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또 지금의 성장추세를 지속해 간다면 중국은 구매력면에서 2010년에 세계 제일의 시장이 될 전망이다. 그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중국의 잠재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크다. 지속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인 중국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중국은 금년을 기점으로 이미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시장에 크게 의존해 왔으나,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인구를 지닌 중국이 우리의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대두된 것이다. 앞으로 적어도 20년 간은 중국이 미국보다 빠른 경제성장률을 실현할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 수출 상대국으로서 중국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이 한국경제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리라는 우려를 표시해 왔으나,우리는 오히려 중국경제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경제발전 단계가 상이한 일본과 한국,그리고 중국 사이의 무역 패턴은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즉 2000년을 기준으로 할 때,우리는 일본과의 무역에서 1백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보이는 반면,중국에 대해서는 70억달러를 넘는 흑자를 실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일본에 대해 1백억달러에 가까운 무역흑자를 지닌다. 결국 동북아 3국은 기술발전 수준에 따라 일본이 고부가가치 상품을 한국에 수출하고,한국은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의 기술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며,중국은 다시 노동집약적 상품을 일본에 수출해 3자 간에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3자 간 균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3자 사이의 기술수준과 임금구조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3자 사이에서 한국이 유리한 위치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우선 R&D 투자를 확대해 기술혁신을 이루어 절대적 우위를 형성해 감과 동시에,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중간 단계의 기술제품에서 너무 급속히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중국과 같이 경제특구를 만들어 외자를 유치하자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경제특구 내에서라도 여러가지 규제를 줄이고,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보자는 의도이다. 중국은 이미 경제특구의 개념을 전 국토로 확산하려는 데,비해 우리의 이러한 전략은 너무도 소극적이다. 우리도 전 국토를 특구화하는 식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이 필요시된다. 중국시장을 이해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노력도 중요하다. 남북한을 합쳐서도 20배가 넘는 인구를 가진 중국시장에서 틈새를 찾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주는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는가에 따라 21세기 우리의 모습이 결정되리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ys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