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시대와 분단시대를 아우르며 남과 북에서 일세를 풍미한 전인적 예술가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ㆍ1904-1967)의 예술과 삶을 집대성한 전집 「근원 김용준 전집」이 전5권 분량으로 출간됐다. 도서출판 열화당은 수필, 회화론, 고구려고분벽화연구 등 남한과 북한에 흩어져 있는 그의 자료를 3년여에 걸쳐 수집ㆍ정리하고 유족의 증언도 취합해 1천200쪽이넘는 방대한 규모의 전집으로 완간해냈다. 전집의 출간으로 비평과 사학 그리고 문기(文氣)를 겸한 재사(才士)였던 근원의 삶과 예술, 사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근원은 일본의 도쿄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귀국 후에는 서화협회 회원으로서 작품을 발표하는 한편 보성고보 미술교사와 서울대동양화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서화골동취미를 가졌던 그는 조선미술사와 수묵채색으로 전공을 바꾸며 신세대 화단을 주도하는 한편 날카로운 비평으로 한국미술의 방향타 구실을 했다. 서울대 미대 초대학장이었던 근원은 한국전쟁 때 월북한 것을 계기로 한때 남한미술계와 멀어졌다. 그는 월북 후 평양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조선미술가동맹 조선화분과위원장, 과학원 고고학연구소 및 민속학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내며 연구와 저술, 교육에 매진했다. 전집은 `새 근원수필' `조선미술대요' `조선시대 회화와 화가들'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민족미술론' 등 모두 5권으로 구성됐는데, 이번에 출간된 `민족미술론'을 뺀 나머지는 지난해 1월과 7월에 차례로 햇빛을 본 바 있다. `새 근원수필'은 1948년에 출판된 `근원수필'에 23편을 더해 모두 53편으로 이뤄졌다. 근원은 한국의 풍속과 취미, 예술과 고전의 향기 등을 특유의 정갈하고 담백한 문체로 엮어 한국수필문학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술사 지식의 원전으로 자리매김된 `조선미술대요'는 시대별 미술의 특색을 설득력있는 글솜씨와 정연한 논리로 설명한 책이다. 한국 미술사의 대중화에 기여한이 책은 근원의 통찰력과 감상안, 심미안을 확인하는 창고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회화와 화가들'은 조선조 회화와 화가에 대해 월북 전에 발표한 두편의 글과 월북 후에 낸 네 편의 글에 `조선화 기법' `조선화의 채색법'을 발굴해 추가한 책으로, 조선회화연구의 시원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1958년 출간된 동명의 연구서를 복간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는 고구려 고분벽화라는 특정 역사유적과 미술장르를 최초로 연구한 서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여기에서 고분벽화의 변천과정 등을 깊이있게 파악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마지막권 `민족미술론'은 근원이 도쿄미술학교에 유학했던 1927년부터 타계 6년 전인 1961년까지 신문과 잡지, 학술지 등에 기고했던 미술론과 미술평론, 산문 등 모두 40편을 모았다. 김병종 서울대 교수는 "근원이 북으로 가지 않고 서울에서 살았다면 선구적 미술지도자로 우리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전통미의식이 붕괴되고 국적불명의 괴상망측한 조형행위들이 창궐하는 때에 나온 이번 전집은 시대를 넘어 읽혀지고 읽혀져야 할 우리 미술의 고전이다"고 출간을 반겼다. 각권 208-376쪽, 값전5권 8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