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일 일본이 핵 문제를 앞세워 북일 수교교섭을 장기적으로 끌고가려 할 경우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를 재고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지난 9월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북때 양국국교가 정상화되는 것을 전제로 미사일 발사 동결 조치를 2003년 이후까지 연장할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2차 북일 수교교섭에서 일본이 미국과의 핵 공조 입장을 견지하면서 핵 문제를 강하게 제기함에 따라 교섭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미사일 시험 발사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미-일 핵 공조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이 공조를 깨뜨리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 이번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단순히 일본에 대한 전술적 대응을 넘어서 미국에대한 강경 대응으로 해석된다.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는 1999년 9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조치 일부 해제에 상응해 북한이 취한 조치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미사일 실험을 유예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으며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일변도로 흐르던 지난해에도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를 거듭 확인했다. 이는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이었고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에 맞춰 '2003년 이후까지 유예조치 연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 역시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미국이 북 핵 개발 시인을 발표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한데다 북한이 제의(10.25)한 '북미 불가침조약'에 대해서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일본이 북일 수교협상(10.29-30)에서까지 핵 문제를 앞세우자 '미사일 발사 유예 재검토'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이 '미사일 발사 유예 재검토'를 보도하면서 앞부분에서는 북-미 불가침조약에 미국이 응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핵 문제를 가지고 미국이 우리 공화국을 기어이 고립 압살하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당장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외무성 대변인이 '북일 정상화 회담이 공전만 반복하는 경우'를 전제로 "미사일발사 유예 연장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비교적 낮은 톤의 경고를보낸 점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한편 이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이 있기 며칠 전부터 미국 정보기관들이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실험 재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