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선을 한달 반 앞두고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주류를 이루는 주장은 이 후보의 `국민통합과 화해의 정치'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 김 대통령이 임기를 탈없이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더 이상 직접 공격하거나 몰아붙이지는 말자는 의견이다. `DJ 연착륙 지원전략' 주장자들은 지난 97년때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김영삼(金泳三.YS)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역점을 둔 나머지 `YS인형 폭행사건'까지 발생, 회복할 수 없는 사이가 된 반면 DJ는 YS와 거리를 좁혀 `대선 중립'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올린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 이들은 최근 이 후보 부친의 별세를 계기로 김 대통령과 이 후보간 `전화정치채널'이 구축된 점을 감안, 이를 적극 활용할 것도 건의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 후보 부친 빈소에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을 보내고 이 후보와 직접 통화하며 위로했는데 장례식을 마침에 따라 이번엔 이 후보가 유사한 형식으로 `답례'를 하며 간극을 좁히고 신뢰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 이를 통해 김 대통령에게 집권시 정치보복이 없을 것임을 간접 전달하고 김 대통령의 `선거불개입'을 유도하며 이 후보의 `국민대통합 정치'를 국민에게 확실하게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3일 "이 후보는 `하늘이 두쪽 나도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김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국가원로자문회의' 부활을 제시했지만 무엇보다 국민과 DJ가 이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들은 현정권 실정을 공격할 때도 직접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지 말고 특히 최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탈DJ선언'으로 DJ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는 만큼 `민주당 공동책임론'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뿐만아니라 대선공약으로 집권시 전직 대통령과의 회동을 분기 1회 정도로 정례화해 원로로서 예우하자는 견해도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이 후보 지지도 제고를 위해서는 현정권 실정을 부각시켜야 하며 따라서 정권의 정점인 김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오히려 더 죄어야 한다는 강공론도 당내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대선쟁점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번 대선은 김대중 정권의 5년 업적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