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수도권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띄운 것은 부동산 투기열풍이 '주택'에서 '땅'으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경쟁적으로 각종 개발계획을 쏟아내면서 수도권에서 '땅투기' 조짐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북 뉴타운과 김포 경제특구 등의 개발계획이 가시화되자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가 크게 늘면서 땅값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 왜 서둘러 지정했나 올해 들어 모두 다섯차례에 걸친 집값 안정대책을 쏟아부은 끝에 겨우 집값을 안정시키며 한숨 돌린 정부로선 최근의 땅값 움직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다 다음달부터 시작될 이사철 집값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집값 상승의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는 땅값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지난 80년대 후반에 겪었던 '부동산 대란'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허가구역 확대 지정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이번 지정으로 수도권 토지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빠진 곳은 △이미 시가지로 개발된 도시계획구역내 주거.상업.공업지역 △수도권 정비법상 자연보전관리권역에 속해 있는 이천 여주 가평 등 3개군과 용인.남양주.안성시 일부지역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수도권의 '개발가능한 땅' 전체가 정부의 감시·관리대상에 편입된 셈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택지개발, 경제특구 지정 추진 등 각종 개발사업 발표로 주택시장에서 이탈한 부동자금이 수도권 토지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 때문에 허가구역을 서둘러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 얼마나 올랐길래 불과 두달 전 토지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을 때만 해도 하반기 땅값 상승세가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던 정부로서는 보기좋게 허를 찔린 꼴이 됐다. 10년 넘게 분기별 상승률이 0.5%를 밑돌던 전국 땅값이 올해 3분기에만 3.33% 급등,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도 벌써 6.50% 올라 4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지난 91년 한햇동안 12.78% 오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더욱 심각하다. 3분기에만 서울 5.44%, 인천 6.17%, 경기도가 5.65% 뛰었다. 1∼9월 누계치로는 서울 11.08%, 인천 10.01%, 경기도가 9.75% 올랐다. 시.군.구별로도 3분기 상승률이 3% 미만인 곳은 서울 강북.도봉.노원.금천구 등 4곳과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성남시와 여주군 2곳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 강북 뉴타운개발 등 각종 개발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어 4분기 땅값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