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통해 한국인이 축구를 잘한다는 것은 전세계가 알게 됐지만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기 200년전인 1234년에 한국인들이 이미 활자를 제조했다는 사실은 독일에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활자 발명에서 보듯 한국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시인과 작가의 나라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이 작은 나라의 슬픈 역사는 한국문학을 국제적으로자리매김하도록 한다." 독일 유력 보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30일 '아시아의시인과 사상가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굴곡 많은 근현대 역사를 소개하면서 시인 김광규, 소설가 현길언, 김주영 씨 등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진보적인 색깔을 지닌 또다른 권위지인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FR)도 이날 문화면에이들 3명의 작가를 중심으로 한국 문학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평소 독일 언론이 한국에 대해서는 축구나 경제, 남북분단과 관련된 기사 정도나 가끔 다루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지들이 한국의 문학에 큰 지면을 할애하며관심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 28일 `프랑크푸르트 문학의 집’에서 열린한국 시와 소설의 낭독회가 계기가 됐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를 비롯해 독일 국내외의 유명 작가들을 초청, 작품 낭독회를 개최해온'프랑크푸르트 문학의 집'이 한국 작가들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들은 행사 전에도 "한국은 축구만 잘 하는 나라가 아니며, 이번 낭독회에오면 한국과 한국문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소개기사를 게재하며 큰 관심을보였다. 헤센주 공영 라디오 방송국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한 독문학자 정혜영 한양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10여 분에 걸쳐 방송하기도 했다. 문학의 집에서 28일 저녁 8시부터 열린 낭독회에서는 작가 현길언 씨가 소설 `귀향(歸鄕)'의 주요 구절을, 시인 김광규 씨가 `조개의 깊이' 등 대표 시들을 직접낭독했다. 이어 연극배우이자 독일 헤센방송국 성우인 페터 호이쉬와 모니카 뮐러가독일어로 다시 낭송했다. 이에 앞서 사회자인 정혜영 교수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해 설명했으나 100여 명의 문학 애호가와 주요 신문.방송기자들은 작가에게 직접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을 퍼부었다. 한편 이날 낭독회에 앞서 오후 3시부터는 김병익(인하대 국문과), 김주연(숙명여대 독문과), 오생근(서울대 불문과) 씨 등 문학 평론가들이 독일 문학계 인사들과`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토론회를 벌였다. 이번 낭독회와 토론회는 독문학자인 김광규 시인과 정혜영 교수가 지난 92년부터 추진해온 한.독 문학교류 작업의 일환으로이뤄졌다. 두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모 재단의 지원을 받아 홀수 해에는 독일 작가들을 한국에 초청하고, 짝수 해에는 독일어권 문학단체의 초청으로 한국 문학을 현지에서 소개하는 행사를 해왔다. 올해에는 모두 11명의 작가가 한국문학 유럽 소개 행사에 참여했다. 시인 김형영, 소설가 김원일, 현길언 씨는 30일 저녁 스위스 취리히 시청홀에서 등의 낭독회를 개최했다. 이어 31일에는 불어권인 스위스 로잔의 비디로잔 극장에서 불문학자김치수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소설가 이인성, 김원일 씨와 시인 김광규 씨 등이 각각 작품낭독에 나선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