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사랑으로 똘똘 뭉친 학부모들이 학생 수의감소로 폐교 위기의 시골 초등학교 분교에 도시 자녀를 대거 전학시키며 제법 큰 규모의 시골학교로 키워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이 학교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남초등학교 거산 분교. 이 학교는 학생 수가 모자라 폐교 대상이었다가 이들 학부모의 덕분에 1년만에전교생이 100명이 넘는 제법 큰 시골학교가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분교는 유치원생을 포함해 전교생이 34명에 불과했다. 이농 현상에 따른 학생 수 급감으로 1992년 분교로 격하된 뒤 두 학년이 한 교실에서 복식수업을 받아야만 했으며 교육당국은 정상적인 교육이 안된다는 이유를들어 폐교 방침을 세웠다. 이에 주민들은 사활을 건 폐교 저지 운동에 나섰고 때 마침 농어촌 작은 학교폐교에 반대해왔던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이 이들과 함께 했다. 전원형 작은 학교를 꿈꾸던 도시의 학부모들에게 마을 주민들은 거산 분교를 개방하기로 결정했고 의기가 투합된 도시와 시골의 학부모들은 마침내 지난해 5월 `전원형 작은 학교를 추구하는 학부모 모임'을 결성했다. 이어 새학기가 시작되는 지난 3월 천안.아산에서 96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대거전, 입학을 결행한 것이다. 도시학교를 마다하고 시골학교로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들은 도시의 대규모 학교,과밀학급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는 발견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숲과 냇가가 있는 시골의 자연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상실됐던 부모와 자녀, 교사간의 신뢰성과 존경심이 되살아나고 이는 좋은 교육으로 이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않았다. 물론 이 학교에선 학부모들도 교육의 한 주체로 한 달에 한번 꼴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모임을 갖고 학교 운영과 관련한 토론을 벌이며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을 열기도한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숲을 가꾸기 위해 나무를 심기도 했으며 지난 여름을 앞두고는 학부모들이 주말을 이용해 교실 방충망을 설치했고, 가끔 학교에 나와 재래식화장실 청소도 거들며 전원형 작은 학교를 만들어갔다. 두 아이를 전학시킨 문남희 자모회장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도 학교 사랑에 흠뻑 빠졌다"며 "학부모로서 늘 거북하던 학교 방문이 친구집 가는 것처럼 설레고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또 "아이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겨 운동장은 물론, 학교 주변의 산과 들에서 뛰놀면서 지내다 보니,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던 습관이 사라지고 학교에 갔다오면 선생님 자랑을 곧잘 늘어놓는다"고 말했다. 장호순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 대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거산 분교를가꾸어 나가는 이들은 특수 계층 사람들의 평범한 중산층"이라며 "여느 학부모들과다른 게 있다면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이 조금 다르다는 것 뿐으로 지식보다는 사람됨됨이가, 성적보다는 친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라고 말했다. (아산=연합뉴스) 정태진기자 jt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