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21일 평양에서 속개된 제8차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의 핵 개발 계획 파문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측은 이날 잇달아 열린 2차 전체회의와 실무대표 접촉에서 핵 파문에 대한 해명과 조치를 북측에 요구하고 이 사안을 공동보도문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날 처음으로 핵 개발 파문으로 야기된 국제정세를 언급했지만진전된 입장을 개진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대화를 통해 이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관계자는 "우리측은 공동보도문에 최근 핵 파동에 대한 북측의 직접적인해명과 제네바 합의 준수 등 구체적 사안 명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만수대의사당에서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과 면담을 갖고 "북한도 최근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고 이봉조(李鳳朝) 남측 회담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의 핵 개발 파문이 번진 이후 북측 고위 당국자가 남측에 이를 직접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북측은 '핵 문제와 같은 최근의 문제' 등의 표현으로 남측의 핵 문제 제기에 대해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 핵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 장관은 핵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진전될 수 있다는 점을김 상임위원장에게 집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양측은 이날 면담에서 이번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은 사안의 심각성 탓인지 북측이 20일 오후 전격적으로 요청해 이뤄졌고, 30분으로 예정됐던 면담 시간도 1시간25분으로 늘어났다. 이 대변인은 "(면담의 전반적 분위기로 미뤄볼 때) 북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 등 남측 대표단은 이후 곧바로 인민문화궁전으로 이동, 2차 전체회의를속개했다. 한편 남측은 이날 2차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 외에도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구축 문제를 다뤄야할 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반면 북측은 조속한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공사 실시, 당국 차원의 개성공단 건설, 제주 인근 공해 통과문제를 포함한 남북 해운협정 체결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연합뉴스) 공동취재단.이충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