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개발 추진 사실을 시인했다고 미 행정부가 공개하고 나섬에 따라 북일 양국의 조기 수교 시나리오는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일 양국은 지난 달 평양 정상회담에서 10월중 수교 교섭 재개에 합의하는 등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 등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왔던 국교정상화교섭을 조기에 마무리짓기 위한 실마리를 도출했었다. 그후 납치 사건의 진상 규명 등을 둘러싸고 일본내의 대북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다소의 냉각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는 있으나, 고이즈미 정권은 `평양합의'대로 오는 29일 제 3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수교 교섭을 재개키로 결정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거져 나온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안그래도 납치 문제로 악화된 국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대북 강경파의 조기 수교 반대론에 힘을 실어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정권으로서도 이런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대북 정책에 대한 한미일 3국 공조 체제 유지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최근 북일 수교 문제를 놓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일본은 12월의 한국 대통령 선거 등을 감안해 북일 수교 문제를 서둘러온 반면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의혹 등을 내세워 암암리에 북일 조기 수교에 제동을 걸어온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와 관련, 미국측은 북일 수교 과정에서 일본이 북한에 제공하는 자금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미국 입장에서 조기 수교의 가닥을 잡은 고이즈미 정권의 대북 접근에 제동을걸 수 있는 `유력 카드'는 사실상 북한의 핵개발 의혹 뿐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북 핵개발 시인 `발표'는 북일 양국의 급속한 상호 접근을 견제하고 조기 수교를 늦추려는 부시 정권의 입장이 수면 위로 부상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일본으로서는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동에 대해 고이즈미 정권이 북일 수교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다시 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