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서울에서는 색다른 실험이 시작된다. 외국에서나 봄직한 초고층 주거문화시대가 열리게 된 것. 실험대상은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여의도 "트럼프월드 I"이다. 모두 주상복합아파트다. 4개동(棟)인 타워팰리스는 최고 66층에 높이만 2백34m이다. 63빌딩보다 15m가 높다. 트럼프월드도 41층에 1백32m에 달한다. 닮은 꼴이 많은 두 아파트지만 입지가 다른 만큼 특징도 다르다. 주거특구 vs 업무특구=타워팰리스 주변은 온통 아파트촌이다.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주거여건에 초점을 맞췄다. 1만평이 넘는 대지에 야외정원 수영장 골프연습장 독서실 등을 마련했다. 주상복합으로는 드물게 1천2백97가구의 대단지라는 점도 주거기능을 강화한 결과다. 2차분과 3차분이 모두 완공되면 3천가구가 넘는다. 2백58가구 규모의 트럼프월드는 대우건설이 여의도 석탄공사 자리에 지은 아파트다. 한국의 금융중심지에 들어앉은 만큼 업무지역을 지원하는 배후 주거시설로 적격이다. 각종 편의시설은 타워팰리스와 비슷한 수준. 야외 바비큐장과 헬스클럽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누가 사나=고급 아파트일수록 이웃이 누구이냐가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삼성물산 유광석 전무는 "10억원을 부담할 수 있는 50대를 타워팰리스의 주요 고객층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차별화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것. 이를 위해 공개청약을 하지 않고 회사가 선정한 특정인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팔았다. 최초 계약자 가운데 금융회사와 대기업 임원이 4백90명으로 가장 많다. 의료인과 기업체 오너가 각각 1백여명,법조계와 교수가 뒤를 잇는다. 트럼프월드는 영등포구에 살면서 여의도에 직장을 둔 전문직 종사자가 주류다. 주거보다는 기능성을 중시한 만큼 따로 입주자를 뽑을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시세차익=수익률만 따지면 트럼프월드가 앞선다. 38평형 시세가 최고 5억5천만원. 최초 분양가(2억5천만원)의 2배가 넘는다. 타워팰리스도 작은 평형에서는 프리미엄이 높다. 3억2천1백32만원에 분양된 35평형이 7억1천만원에 거래될 정도다. 반면 대형 평형은 가격 상승률이 낮다. 분양가 수준에 나와 있는 매물도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