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명에 가까운 인명을 한꺼번에 앗아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를 저지렀다고 주장하는 단체나 세력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알-카에다와 인도네시아내 동조세력이 테러의 배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포함, 최근 예멘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호' 폭발사건과 쿠웨이트 주둔 미군에 대한 총격사건 등이 조직을 재정비한 알-카에다와 그 동조세력에 의한 연쇄 테러공격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토리 압둘 잘랄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14일 발리 폭탄테러와 관련, "우리는알-카에다가 이곳(인도네시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안다"면서 "발리 폭탄 공격은인도네시아 내 테러주의자들의 협조를 받은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다"고 알-카에다연루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저지른 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폭탄 테러배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책임있는 각료의 발언을 통해알-카에다를 거론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분석했다. 앞서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 등은 12일 밤 사건직후 이번 사태을 테러조직에 의한 범죄로 규정하면서 알-카에다와 연계의혹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과격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아(JI)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JI를 이끌고 있는 이슬람 성직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는 연계 의혹을 부인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물론 필리핀 남부를 아우르는 범 이슬람 국가 창설을 도모하는 JI는 이미 올해초 이 지역내 외국 공관에 폭탄테러 기도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카에다 전문가인 로한 구나라트나는 "오직 JI만이 발리 테러같은 전문적인테러 공격을 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랄프 보이스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증거로볼 때 알-카에다가 인도네시아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현지 과격세력과 닿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발리 테러사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에 의한 전세계적 테러행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안 분석가인 안드류 탄은 "알-카에다 자체는 조직원 3천여명에 불과한 매우작은 조직이지만 스스로를 전세계 이슬람 과격세력의 전위로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공세 이후 세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알-카에다는 여전히 대규모 테러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흔히 리두안 이스무딘으로 알려진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함발리를 비롯해 JI 고위조직원들은 알-카에다의 조직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JI 조직원들이 아프카니스탄 훈련캠프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발리에서 일어난 일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너무 늦게 일어난 것이 오히려놀랄만한 것"이라며 지난해말 싱가포르에서 일어난 일을 거론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말 JI가 자국내엣 호주 대사관을 비롯한 몇몇 서방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모의한혐의로 조직원 32명을 검거, JI 지도자 바시르의 처벌을 요구했으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프간 공세 이후 세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알-카에다는 여전히 대규모 테러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에서는 JI의 폭탄제조세력과 연계의혹이 있는 2명의 말레시이아인을 기소하는 등 JI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필리핀은 이들이 실패한 싱가포르내 서방 목표물에 테러를 위해 폭발물을 사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발리 사건을 계기로 알-카에다의 연쇄 테러 기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예멘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프랑스 유조선 폭발사건은 물론 쿠웨이트 주둔 미군에 대한 총격사건, 지난해 싱가포르내 폭발기도, 그리고 이번 발리 테러사태 등이모두 알-카에다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테러활동을 재개하거나 해당 지역 테러조직과 함께 새로운 테러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미국 관리들을 중심으로 최근 빈 라덴의 최측근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육성녹음 테이프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을 비난하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테러공격을 계속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점을 들어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공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리 사건과 같은 유사한 테러공격이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일련의 사태들이 "미국을 상대로 계속 테러를 계획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 미국공관들에 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여기에 알-카에다 본부조직이 지난해 아프간 공세이후 약해진 틈을 타서 세계각지역의 세포조직들도 자체적으로 움직이며 테러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있다는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발리 테러사태가 그동안 보여준 알-카에다 방식에 맞지 않는다면서 동티모르 사태 당시 인도네시아와 적대적이었던 호주를 목표로 한 다른 세력의테러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번 사고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나라가 호주라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군부가이슬람 과격세력보다 이번 사건을 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카르타.콸라룸푸르.마닐라 AP.AFP=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