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군(軍) 미필 태극전사들이 메달 색깔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정상에 오른 기쁨과 두둑한 포상금, 최상급 연금혜택에 '병역면제'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반면 은메달이나 동메달에 그친 선수들은 병역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 이번에 병역 혜택을 아깝게 놓친 선수들은 2년 후 열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동메달 이상)이나 4년 후의 2006년 카타르 아시안게임에서 재도전해야 한다. 금메달로 연금과 포상금, 병역면제라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행운을 잡은 선수중 대표적인 케이스는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야구 드림팀 멤버 김상훈, 김진우(이상기아), 조용준(현대), 정재복(인하대) 등 4명. 포수 김상훈은 드림팀 예비 멤버였던 진갑용(삼성)이 금지약물 복용 파문에 휘말리면서 낙마, 기대하지 않았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군 면제까지 받는 최고의 '럭키맨'이 됐고 정재복은 아마추어 선수 중 유일하게 발탁돼 역시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또 올 해 프로에 첫 발을 딛은 선발투수 김진우(11승)와 마무리 조용준(34세이브포인트)은 병역 혜택을 받은 데다 신인왕 타이틀의 강력한 후보여서 프로야구 최고의 행운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탁구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유승민(삼성카드)과 남자 수영에서 금빛 물살을가른 김민석(한진중공업)도 금메달과 병역 면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남자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다 잡은 금메달을 아깝게 놓쳤던 유승민은 팀 선배이철승과 호흡을 맞춘 남자복식에서 중국팀을 깨고 금메달을 획득, 세계 정상을 향한 힘찬 날개를 달게 됐다. 또 이번 대회 최고의 '꽃미남'으로 꼽힌 김민석은 자유형 50m에서 우승하며 선수생활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군 입대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다. 반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들은 군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가장 가슴을 친 선수들은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억 속에 아시아 정상에 설 것으로 믿어 의심치않았던 축구의 군 미필 태극전사들. 20명의 대표선수 중 이동국(포항)과 최성국(고려대) 등 13명은 한국이 이란과의4강전에서 120분의 연장전 접전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3-5로 결국 쓴잔을 마시는 바람에 군 입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98년 병역 면제를 받으려고 청탁한 사실이 지난 해 검찰에 발각돼 병역비리에 휘말렸던 이동국은 경기 후반에 투입됐지만 슛 다운 슛을 한번도 해보지도못한 채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또 수영에서도 김민석이 군 문제를 해결한 것과 달리 남자 1500m에 출전했던 한규철(삼진기업)과 조성모(해남고)는 결승에서 금메달에 집착한 나머지 서로 경쟁하다 어부지리로 중국 선수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줘 군 면제의 꿈도 날아가버렸다. (부산=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