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rina@daum.net 그 옛날 흔한 해바라기도 이젠 보기 힘들다. 어디 그뿐인가. 다시 찾기 힘든 생명들.생각나는 대로 한번 적어볼까. 땅강아지 비단잠자리 장수벌레 호랑나비 도마뱀 족제비…. 어릴 적 우리 집 동물우리를 수시로 덮쳤던 족제비. 병아리와 새끼 오리들을 죽이거나 낚아채가곤 해서 식구에게 슬픔을 안겼는데,지금은 족제비마저 그리움이 될 줄 예측이나 했던가. 그 추억도 점점 희미해져서 돌이킬 수 없이 잊어간다. 돌이킬 수 없이 지나가는 삶. 특히나 쓰레기를 볼 때마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우리가 저지르고 있구나 싶어 마음 깊숙이에서 죄의식이 생긴다. 일례로 햄버거 집을 갈 때 무수히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들과 자정이 될 무렵 가로수 옆에 놓여진 엄청난 쓰레기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굳이 빨대 없이 먹을 수 있는 음료수를 왜 꼭 빨대를 사용하며,버려질 게 뻔한데 왜 요란하게 꽃포장을 하는지. 음식 배달을 시키면 왜 그렇게 몇 겹 랩으로 꽁꽁 싸매 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세상은 버려질 물건으로 가득차고,사라질 생물이 늘어난다. 내게 땅이 보이고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20대 후반부터 생긴 환경의식. 절실한 깨달음이 있은 후부터 미래의 아이들이 살 수 있는 땅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 우선 내 생활에서 환경운동도 벌였다. 샴푸 린스 무스 왁스도 쓰지 않고,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로 설거지하며,내 생활비를 아껴 그 비누를 사서 사람들에게 선물도 했다. 이사온 집에 손님이 합성세제를 사오면 양해를 구해 어떻게든 다른 물건으로 바꾸었다. 옷도 되도록이면 면제품으로 사고,자동차도 끌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때만큼은 아니라도 그런 생활방식이 몸에 배어 있다. 우린 정말 환경의식이 따르지 않는,심각한 과포장시대를 살고 있다. 이 땅엔 전부 눈 나쁜 사람들만 사는 듯이 느껴지는 멋대가리 없는 큰 간판들. 합성세제 거품으로 뒤덮인 한강 지천이나,관짝같은 자동차 대열,자본주의 앞마당의 멋진 포장과 뒷골목의 쓰레기 사이에서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며,어떻게 흘러갈는지. 벌써 후손들의 욕설이 귓가에 메아리쳐온다. 재수없는 조상땜에 망할 놈의 세상이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