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갑길(全甲吉) 의원이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부천 범박동 재개발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인 기양건설 업주 김병량씨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 의원의 주장을 요약하면 김병량씨가 97년 대선을 앞두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금융계, 구여권, 검찰간부 등에게 살포했으며 이 가운데 80억원 이상이 이 후보측에 대선자금으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양건설은 극도의 자금난을 겪다가 부도를 내 공적자금 44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때문에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김씨를 채택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범박동 재개발사업은 현 정권과 관련된 비리의혹이며 기양건설엔 공적자금이 투입되지도 않았다"면서 "이 후보와 기양건설과는 전혀 관련이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갑길 의원 주장 기양건설 비자금 조성에 대해 "97년 어음발행으로 46억원, 99년 LG와 현대건설간 시공사 변경과정에서 6억원, 2000년 4월 BHIC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과정에서 227억원, 신앙촌내 학교조성공사건 25억원, 상가 조성과정에서 120억원 등 총 5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파악된 것은 270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병량의 한 측근이 지난 8월 서울구치소로 김병량을 면회한 뒤 시온학원 관계자를 만나 `검찰에 포착되지 않은 260억원의 통장과 비밀번호, 한나라당과 공무원 결탁 자료를 넘길테니 20억원을 달라. 그러면 외국으로 도망가 살겠다'고 제의했고, 결국 7억5천만원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브로커인 재미교포 Y씨, 시온학원 이사장 이청환을 통해 이 후보와 정치권, 검찰, 경찰, 금융계로 유입됐다"며 "김병량이 `대장'이라고 부르는 이청환은 이 후보와 측근 H, J 의원과 경남출신 K 의원 등 정치인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의원은 자금유입 경로에 대해 "김병량 처 장순례가 한인옥씨와 친척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 후보 부부와 측근들에게 80억원 이상을 건넸다"면서 "97년 11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인옥씨 지역모임에 김병량은 처와 기양건설 간부 이청환 이사장 등을 대동하고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장순례가 한인옥씨에게 '언니'라고 하는 것을 동석했던 간부들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병량씨 비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주택은행 서여의도 지점 발행 4건 총 120여억원의 어음과 번호를 공개하면서 이중 97년 10월 19일자 30억원짜리 어음과 12월11일자 5억2천만원짜리 어음이 이 후보측에 제공된 돈과 관련이 깊다고 주장했다. 또 "이청환 이사장이 기양건설 배동춘 이사에게 보낸 팩스에 '예금주가 박윤명으로 된 국민은행 통장 계좌번호 105-21-1031-908에 58억원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계좌를 추적하면 이 후보 부부와 측근 의원들에게 제공된 일체의 비자금내역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김병량이 2001년 11월8일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수배중인 직원 등을 총동원해 관련장부를 회사명의의 흰색 비스토 승용차와 소나타 승용차에 싣고 부천시 오정구 작동 모처에서 처남 홍용표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정부질문후 기자간담회에서 "장순례와 한인옥씨는 8촌이내의 친척"이라면서 "일부 숫자상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제보자들의 진술과 관련 자료들을 종합해 볼때 이 후보에게 80-90억원의 돈이 건네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 반박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기양건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 아니다"면서 "로비창구라고 밝힌 Y씨는 김대중 대통령,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인옥과 장순례는 친인척 관계가 아니다"면서 "부천 범박동 인허가권자는 당시 원혜영 부천시장, 임창렬 경기지사 등DL 모두 민주당 사람이며 당시 정치탄압을 받고 있던 이 후보에게 로비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엄 의원은 오히려 "박지원 실장을 보호하기 위해 깃털만 구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즉각 파헤치라"고 역공을 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한인옥씨와 관련됐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기양건설과 대립되는 곳에 세경건설이 있고, 세경 뒤에 이 정권의 실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영(李柱榮) 의원은 "이 정권이 이회창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지난 7월 검찰 수사에서 그런 단서가 나왔다면 왜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만약 로비가 있었다면 핵심대상은 박지원 실장"이라며 "기양건설은 자본금이 3억원에 불과하고 부천 사무실에 단 한명의 직원도 없는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인데, 누구한테 몇백억원을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