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감장은 大選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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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위의 국세청 국정감사장.
정책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월급이 1천만원 수준인 김대중 대통령이 추정시가 45억원 상당의 저택을 짓고 있다"면서 대통령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 박병윤 의원이 "세풍의 주역 이석희씨가 쓴 변호사비와 미국 체재비 90만∼1백만달러의 돈줄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비슷한 시각 국방위의 병무청 감사장.한나라당 의원들은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 "병무청 프락치가 현정권과 야합했다"(이경재 의원) "민주당이 '컬러선전삐라'를 뿌리고 있다"(박세환 의원)는 등의 원색적 용어를 써가며 자당 후보에 대한 충성경쟁을 벌였다.
민주당 박양수 의원은 질의시간 대부분을 이 후보 장남 정연씨 병적기록표의 필체 문제에 할애했다.
7일엔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하순봉 의원과 민주당 천용택 의원 간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다 급기야 주먹질 일보직전까지 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그러나 요즘 국감을 보면 제대로 된 정책질의는 찾기 힘들다.
온통 대선을 겨냥한 상대당 헐뜯기와 근거없는 의혹 부풀리기로 점철돼 있다.
대선이 1백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정당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집권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상대당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정당에서 벌여야할 정치공방을 국회에까지 들고 오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수천명의 공무원들이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한달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다.
정부 산하단체 직원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이들이 일하는 시간은 곧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국감 자료를 만드느라 사용된 종이만도 트럭 몇백대분에 이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같은 사회적 비용이 용납되는 것은 국회가 행정부를 잘 감시하라는 국민의 요구 때문이다.
국감을 선거운동장으로 활용하라고 용인해준 비용은 결코 아니다.
윤기동 정치부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