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루사'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강원도 영동지역은 1일 오후 태풍이 속초 해안으로 빠져나간 가운데 시내 곳곳이 침수되고 교통.통신이 두절되는 등 고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피해가 심한 강릉지역은 물이 빠진 지역부터 주민들이 진흙으로 뒤범벅이된 집으로 돌아와 망연자실한 가운데서도 정리작업에 나섰다. 강릉시는 중장비를 동원해 물이 빠진 도로에 쌓인 진흙과 부유물을 제거해 일부지역의 차량통행도 가능해졌다. 댐과 저수지 범람 우려는 넘겼으나 산사태로 매몰되고 급류에 휩쓸리는 등 인명피해가 계속 보고되고 있어 인명.재산 피해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강원도 강릉시 등 9개 시.군에서는 1일 오후 2시 현재 4천여가구2만271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으며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됐다. 또 주택 1만4천채가 반파, 전파됐으며 2만4천764가구 정전, 일반전화 2만2천298회선 불통, 12만5천700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인명피해 1일 0시 20분께 양양군 양양읍 청곡 1리 정선화(73)씨 집이 산사태로 매몰돼 정씨와 아내 이순녀(68)씨가 숨졌고, 오전 2시 50분께 속초시 도문동 오우석(64)씨집이 폭우로 붕괴되며 오씨가 묻혀 숨졌다. 또 오전 1시께 속초시 노학동 동우대 후문 쌍천에서 동우대 학생 1명이 급류에휩슬려 실종됐다. 이와 함께 오전 0시께 동해시 부곡동 송영남(70)씨 집이 침수되며 송씨가 미처빠져 나오지 못해 숨졌고 같은 시간 고성군 거진읍 거진리 이망선(82.여)씨 집이 산사태로 매몰돼 이씨가 숨지는 등 5명이 매몰되거나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밖에 전날 오후 10시께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에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조규영(73.여)씨와 박현민(11)군 등 4명이 실종되는 등 이날 현재 9명이 사망하고 15명이 실종됐다. 그러나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삽당령 구간 35번 국도 산사태로 차량 10여대가매몰돼 현재 3명이 사체로 발견됐으며 속초시 설악동 푸르매 모텔이 산사태로 일부붕괴되면서 6명이 매몰됐다가 5명이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는 등 인명피해는 늘어날전망이다. ▲주택 침수 및 이재민 강릉지역에 900㎜에 가까운 비가 내리며 시내 대부분이 침수, 주문진과 성산면,왕산면 등 18개 읍면동에서 8천393채, 동해 2천370채, 고성 550채, 태백 381채, 속초 130채, 양양 76채, 평창 70채 등 1만4천1채의 건물과 주택이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그러나 오십천 범람으로 시내가 물바다가 된 삼척지역의 경우 통신이 두절된데다 도로 곳곳이 통제되며 피해상황이 집계되지 않아 피해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재민도 속출, 강릉 5천855명, 동해 6천744명, 정선 6천183명 등 9개 시.군에서 2만271명의 이재민이 발생, 각급 학교 등 안전지대에 대피했다. 한편 파출소 침수도 잇따라 고성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 30분께 파고가높아져 거진읍내 해안 1초소 전경 5명을 철수시킨데 이어 오후 10시 12분께 2,3초소전경과 경찰관 10명, 각종 무기 등 장비를 철수 시켰다. 또 전날 오전부터 강릉시 강동 강남 구정파출소를 비롯한 동해시 북평 천국 송정 파출소, 양양 서면파출소 등 10개 파출소가 잇따라 침수돼 기능이 마비됐다. ▲전기.통신.상수도 피해 강릉과 동해지역 대부분이 침수되며 강릉 14개 읍면동 1만8천256가구, 동해 송정동 등 2천600가구, 정선 임계면 일대 3천908가구 등 8개지역 2만4천764가구에 전날 오후 9시께부터 전기공급이 끊겨 주민과 이재민들이 불안한 밤을 보냈다. 강릉, 동해, 태백, 삼척, 고성 등지의 2만2천298회선과 휴대폰 76개소 불통, 삼척, 동해지역을 비롯한 속초 고성 양양 정선지역에서 광케이블이 유실돼 시외전화가두절됐다. 이와 함께 강릉 속초 동해 태백 삼척 고성 양양지역 정수장이 침수되고 관로가유실돼 상수도 공급이 중단돼 소방차를 이용, 식수공급을 하고 있으나 곳곳의 도로가 침수되거나 유실돼 공급이 원활치 못한 상태이다. ▲댐 및 저수지 붕괴 우려 강릉 장현저수지가 전날 오후 9시 49분께 40m가량 붕괴돼 1일 오전 0시 20분께는 80m로 늘어 저수량의 50%가 유출돼 인근 주택과 농경지 등이 침수피해를 입었으나 주민 800가구 2천400여명은 붕괴전 이미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강릉 동막저수지와 칠성저수지 등은 여전히 범람우려가 높아 270가구 750여명의주민이 대피해 있다. 범람우려로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강릉 오봉댐의 경우 하류지역 1천500가구 4천500여명이 명륜고등학교 등으로 대피했으나 밤사이 수위가 내려가 범람위기를 넘겼다. 평창 도암댐의 경우 전날 오후 6시 30분부터 초당 332t을 방류, 정선 임계면 등7개지역 2천32가구 6천68명이 대피했으며 삼척 광동댐과 동해 달방댐도 범람이 우려돼 인근 주민이 대피했다. ▲도로피해 및 교통통제 도내 고속도로 및 국도 지방도 곳곳이 유실되거나 산사태로 막히고 침수된데다일부 열차운행도 중단돼 속수무책이다. 강릉 정동진 구간 35m도로가 유실되고 군성강교 10m가 붕괴된 동해고속도로모전 IC-망상IC구간과 산사태로 상.하행선이 모두 막힌 영동고속도로 강릉휴게소-횡계IC 구간이 1일 오후 5시 이후에나 소통될 전망이다. 또 1일 오전 6시께 인제군 북면 한계3거리 한계령에 100t의 낙석이 도로에 떨어지며 30m가량이 유실돼 차량운행이 전면통제되는 등 전날 오후부터 진부령과 미시령, 구룡령 등 영동과 영서를 잇는 주요 고갯길이 모두 산사태 등으로 전면통제됐다. 양양-강릉-동해간 7번국도 곳곳에서 산사태와 침수, 유실 등으로 차량운행이 불가능하고 강릉-동해간은 열차운행마저 중단돼 이동수단이 모두 끊겼다. 열차운행도 중단돼 강릉-동해간, 태백역-문곡역 구간 영동선이 산사태와 침목유출 우려로 전날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도내에서는 고속도로와 국도 등 41개소가 침수되거나 유실되고 산사태로 막혀고속도로 5개소, 국도 21개소, 지방도 7개소 등이 전면통제되고 있다. ▲고립 및 구조 1일 평창 동강이 불어나면서 미탄면 마하리 17가구 50여명의 주민이 고립된 것을 비롯, 전날 오후 10시30분께부터 양양군 서면 상평고개 인근 주민 50여명이 산사태와 둑 범람, 도로 유실 등으로 고립됐으나 접근이 어려워 구조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전날 오후 8시 40분께 양양군 서면 상평리 44번 국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물이 범람해 차량 5대와 10여명이 도로 한 가운데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속초시 도문동 벼락바위-설악동 장재터 구간 마을이 물에 잠기며 미처피하지 못한 6명이 고립돼 경찰 등이 구조에 나서는 등 곳곳에서 고립과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31일 오전 9시께 발생한 산사태로 차량 10여대가 매몰되는 사고가 난 강릉∼임계구간 35번 국도에서 또 다시 인근 도로가 유실돼 매몰사고 구조를 위해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가 한 때 고립되는 등 추가 산사태 우려가 높아 구조에 어려움을겪고 있다. 강원도는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가 확산됨에 따라 중앙재해대책본부에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건의했으며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 피해집계와 함께응급복구에 열을 올리는 한편 이재민 구호에 나섰다. (춘천=연합뉴스) 진정영.유형재.박상철.이종건.이해용기자 dm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