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과 1일 오전까지 전국을 강타한 제15호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강릉을 포함한 강원도 영동지방과 대구.경북, 전남.북, 제주지방 등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강릉지방은 기상관측 이후 최대인 897.5㎜의 강우량을 기록하면서 도시 전체가 물바다로 변했으며 전국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 전국적으로 80여명 이상이 사망, 실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1일 오전 10시까지 전국 피해상황을 집계한 결과 13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고 중간발표했으나 전국 피해상황이 최종 확인될 경우 인명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은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동반, 경부선 열차를 비롯해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고 일부 고속도로 통행이 전면통제되는 등 전국 곳곳에 산사태와침수피해를 유발했다. 1일 오전 4시께 전북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 마덕마을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언덕밑에 있던 새하늘교회 관사를 덮쳐 목사 가족 등 4명이 매몰됐다. 또 0시 20분께는 양양군 양양읍 청곡 1리 정선화(73)씨 집이 산사태로 매몰돼정씨와 아내 이순녀(68)씨가 숨졌고, 오전 2시 50분께는 속초시 도문동 오우석(64)씨집 이 폭우로 붕괴되며 오씨가 묻혀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0분께 경남 함양군 마덕면 덕천리 내마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 노성곤(31)씨가 숨지고 김순덕(60.여)씨 등 3명이 매몰됐으며 오후 7시께는 마천면 가흥리 당흥마을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신현주(69)씨가 숨지고부인 이정순(59)씨가 실종됐다. 이틀동안 900㎜에 이르는 기록적인 비가 내린 강릉지방은 시내 대부분이 침수되며 주문진과 성산면, 왕산면 등 18개 읍.면.동에서 모두 8천393채의 건물과 주택이파손되거나 침수됐다. 이재민도 속출해 강릉 3천404명, 동해 6천744명, 정선 6천183명, 고성 1천500명,삼척 249명, 양양 300명, 평창 380명, 등 강원도내 10개 시.군에서 1만9천173명이각급 학교 등 안전지대에 대피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 수월봉 해발 80m 지점에 설치한 풍속계가 순간 최대초속 56.7m의 강풍을 기록한 이번 태풍은 제주도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 지붕막이 파손돼 7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냈으며 부산아시안게임 핸드볼 경기장인 창원실내체육관을 비롯, 하키경기장, 비치발리볼경기장, 농구경기장 등도 피해를 입혔다. 강풍으로 전선이 끊기거나 전신주가 넘어져 전국 66만7천여가구가 한때 정전됐으며 이 가운데 24만7천여가구는 이틀째 전기공급이 중단됐고 이동통신 무선기지국424곳이 불통된 것을 비롯, 어선.선박 7만416척이 결박 또는 대피했다. 특히 제주의 경우 정박중이던 선박과 어선 등 9척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침몰됐고 감귤 선과장, 돈사, 주택 등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보았다. 이밖에 지난번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었던 낙동강 하류지역은 이번 태풍으로안동.임하댐 등 상류댐에서 초당 1천240t의 물을 방류하고 낙동강 지류 하천수 유입이 늘어나면서 삼량진과 진동, 구포지점 등에 다시 홍수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되는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침수지역에서는 물이 빠지면서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수인성 질병과 피부병 등 각종 질병 발생 우려가 높아져 각별한 위생관리 대책이 요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오늘 오후 3시께 속초를 지나 동해쪽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나 강원도 영동 지방에는 2일까지 최고 60㎜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보여 주의가 필요하다"며 "태풍에 동반된 비바람과 함께 지형적 영향으로 영동지방을 비롯한 전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기승.김상현.임보연.정학구.이덕기.남현호기자 =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