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멸종 위기종이자 우리나라 천연기념물(217호)인 산양이 경북 울진군에서 올무에 걸려 죽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녹색연합은 지난 13일 생태교육 프로그램인 청년생태학교를 진행하던 중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십이령 찬물내기 계곡 부근에서 올무에 걸쳐 죽어 심하게 부패한 산양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사진을 20일 공개했다. 찬물내기 계곡에서 발견된 산양은 가죽과 뼈, 약간의 내장만 남긴채 사체의 대부분이 썩어 죽은지 5-6개월이 지났으며 뿔의 형태로 볼때 연령이 3-4세 정도인 암컷으로 추정된다고 녹색연합은 설명했다. 산양이 발견된 지점은 급경사의 암벽 지역으로 수백년생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무성한 원시림을 이루고 민가와 상당이 떨어져 사람의 접근이 상당히 어려운 곳인데도 라면봉지 등 야영 흔적이 발견됐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 관계자는 "사체가 발견된 인근에는 푸른 색을 많이 띄는산양똥이 곳곳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산양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적 여건을 잘 아는 밀렵꾼들의 야영 흔적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울진-삼척 지역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산양이 발견된 것은지난 2000년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금강산에서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울진의 불영계곡 등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산양은 암벽이나 가파른 바위 주변에서 생활하며 국내에는 700여마리가 서식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북아시아 일대에만 분포해 국제적으로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의 보호종으로 등재된 상태. 녹색연합 관계자는 "멸종위기 동물을 비롯해 생태적 가치가 높은 울진-삼척 지역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정밀조사와 보전대책을 요청했으나 환경부가 무대책으로일관해 산양을 계속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밀렵으로 산양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체계적인 보존대책을 세워야 하며 산양의 서식처에서 진행되는 도로공사나 송전탑건설계획 등도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