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만 만나면 기세가 오르는 안양 LG, 또성남 일화 소리만 들어도 얼어붙는 부천 SK.' 2002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등에 업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프로축구계에 묘한 천적관계가 자리잡고 있어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가 되고 있다. 이는 뭐라고 설명할 뚜렷한 이유도 없는 가운데 계속 되풀이되고 있어 팀들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수원은 수도권 라이벌인 안양과의 경기에서는 유독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 지난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양과의 재격돌에서도 마지막 5분을 견디지 못하고 결승골을 내줘 1-2로 패했다. 2연승을 달리면서 초반 부진을 털고 중위권도약을 노렸던 수원으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패배였지만 두 팀의 최근 대결 결과를 보면 패배는 예견됐었다. 안양은 지난해 아디다스컵대회 예선 마지막경기에서 0-1로 패한 이후 아직 국내 무대에서는 한 번도 수원에 패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아시안클럽선수권대회에서 승부차기로 패한 것이 유일한 패배였을 정도로 수원만 만났다 하면 경기가 술술 풀렸다. 조광래 안양 감독은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수원과의 경기에 대해서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을 제물로 생각하고 있는 안양이 가장 무서워하는 팀은 아이러니컬하게도 10개 구단중 최약체로 평가되는 대전 시티즌이다. 지난해에는 FA컵대회를 포함해 2무2패를 기록했고 올 해는 2승1무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이상하리만치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안양 관계자들은 올 해 한 번도 패하지 않았으면서도 여전히 '대전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부천은 전통적으로 성남과의 경기에서는 기가 꺾인다. 올 아디아스컵 개막전에서 0-6의 참패를 당했고 한 번 맞붙은 정규리그에서도 1-2로 패하는 등 올 해 상대전적은 1무2패다. 이밖에 다소 희미해지긴 했지만 전남은 포항과의 경기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으며 안양은 전북과의 경기에서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해 `천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