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톨릭 지도부가 8일 교회 산하기관 직원이 동성(同性) 결혼을 할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뒤 이문제가 교회법과 세속법 간의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독일 가톨릭 지도자인 카를 레만 추기경은 이날 주교회의에서 지난해 8월부터 발효한 동성결혼 허용 법률은 결혼과 가정이라는 신성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법률이라고 비난했다. 주교회의는 동성 결혼자는 교회 직원으로 근무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림부르크 관구가 마련한 관련 규정 초안을 정식 채택하지는 않았다. 이 초안의 핵심은 "동성 결혼의 경우 원칙적으로 해고가 정당하고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로 할 수 있다"는 문구다. 이에 대해 일부 정치권은 '편견에 찬 차별'이라고 비판했으며 레스비안-게이협회는 교회가 동성애자를 '전염병자'로 취급한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적녹 연립정권에서 이 법의 도입을 주도했던 녹색당의 크리스타 니켈스와 폴커 벡 의원은 공동성명을 내고 "주교들이 차별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하면서 "도덕적 측면에서 이번 교회의 선언은 전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양측의 가치관 차이와 이에 따른 공방이 아니다. 가톨릭교회가 이 규정을 공식 채택하고 적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교회가 실정법을 위반하게 되고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는 점이라고 독일 언론은 지적했다. 적녹 연립정권 주도로 도입돼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시행중인 이 법은 동성 결혼자들에게 혼인등록을 허용하고 이성 결혼자와 동등한 사회적 권리들을 부여하는 한편 이혼 시에도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다. 보수파인 기민-기사 연합이 지배한 바이에른 등 3개 주는 이 법이 "결혼과 가정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달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