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양측이 지난 2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린 장관급회담 실무대표접촉에서 특사합의의 이행, 새로운 교류협력 아이템 등에 합의함으로써 장관급회담 개최 이전 실무대표접촉이 또다른 회담형태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장관급회담이 열렸지만 실무대표접촉이 이뤄진 것은이번이 처음이다. 공동보도문 발표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봉조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사전접촉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낳음으로써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실무대표접촉의 성격에 맞게 할말은 하고 협의할 것은 협의하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동안 장관급회담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1차 회담을 제외하고는 남북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갑론을박을 반복하다 시간에 쫓겨 조잡한 합의문을 만들어내기 일쑤였다. 이에 따라 합의만 해놓고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많았고 북측의 실행능력을 도외시한채 남측의 일방적 요구만 실리기도 했다. 2000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3차 장관급회담 때는 남북 양측이 시간에 쫓겨겨우 공동보도문을 발표했고 비행기 출발시간을 연기시켜 승객들의 항의를 받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실무접촉은 남북 양측이 시간을 갖고 서로의 능력에 맞는합의문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했고 추후 장관급회담에서 이 합의를 다듬어 나가기만하면 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라는 평가다. 사실 외교관계에서는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실무자들이 만나 본 회담에서 논의하고 합의할 내용을 미리 조율하는 것이 관례이다. 따라서 이번 실무대표접촉은 남북관계를 외교관계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회담의 격이나 대표의 격과는 상관없이 남북 양측이 실천할 수있는 합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측의 이행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접촉은 남북관계를 실사구시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