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와 김포시가 공동운영하는 파주 쓰레기소각장이 오는 5일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들의 '님비(혐오시설이 자신의 동네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 때문에 자기 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태울 곳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는데 파주는 강 건너 이웃 도시의 쓰레기까지 태워준다. 파주와 김포는 이른바 '혐오시설 광역화'에 성공한 모델 케이스. 파주는 초대형 공동소각 시설을 지었지만 주민의 반대에 밀려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서울시는 지난 98년부터 2~3개 구청이 공동으로 소각장을 이용하는 '광역화'를 추진해 왔지만 지역 주민들이 인접 구의 쓰레기 반입을 막는 바람에 소각장 3곳(강남.노원.양천)의 평균 가동률이 26% 수준에 머물러 있다. ◆ '님비'를 극복한 모범사례 '파주 공동소각장'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낙하리 광역 쓰레기소각장. 완공 시한이 내년 3월인 까닭에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핵심 시설인 소각로 2개중 1호기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갔다. 김용일 소각장 현장소장은 "소각로 한개의 처리용량은 하루 1백t"이라며 "5일부터 하루에 파주 쓰레기 60t, 김포 쓰레기 40t을 소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주시는 당초 독자적으로 소각장을 지으려다 지난 2000년 7월 김포시와 손을 잡았다. 두 도시가 함께 소각장을 지으면 정부와 광역 지자체로부터 공사비의 75%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웅준 파주시청 환경시설과 계장은 "파주는 어차피 소각장이 필요했고 김포도 매립지 용량이 제한돼 소각장을 지어야 했던 상황이어서 협의는 의외로 쉽게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주민 설득. 주민들은 소각장 자체도 못마땅한 터에 김포 쓰레기까지 들어온다고 하자 반대하고 나섰다. 권혁기 낙하리 이장은 "가뜩이나 주변 땅값이 떨어질까 봐 소각장 건설에 반대했는데 타 지역 쓰레기까지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주민 40∼50명이 반대투쟁을 했다"고 말했다. 주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파주시는 쓰레기 처리 수수료의 10%를 낙하리 주민 지원사업에 쓰기로 하고 소각장 안에 종합스포츠센터를 세워 주민들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웅준 계장은 "그동안 파주 쓰레기를 김포 매립지에 버렸으니 이젠 신세를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민들을 설득한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님비'에 밀려 시설용량의 83%를 놀리고 있는 강남소각장 =서울 강남구 일원동 도시개발아파트 옆 강남 쓰레기소각장은 하루 가동률이 17%(지난 1∼5월 기준)에 불과하다. 하루 9백t을 태울 수 있게 지어졌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다른 구 쓰레기 반입을 막고 있어 현재 강남구 쓰레기(하루 평균 1백53t)만 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초.송파구는 코 앞에 소각장을 두고 김포 매립지까지 쓰레기를 실어 나르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줄기차게 주민들을 설득해 왔지만 헛수고였다. 전체 2천9백34가구 아파트 주민들이 주축이 된 주민협의체의 조현래 위원장은 "서울시와 강남구, 주민협의체가 지난 2000년9월 '강남 소각장은 강남구 쓰레기만 처리한다'는 협약을 맺었다"며 "시가 새삼 말을 바꾸는 것은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주민들이 '광역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집값 하락과 공해 피해의식 때문. 주민협의체의 김성규 운영위원은 "도시개발아파트는 지난 92년 입주 때만 해도 근처 다른 아파트보다 평당 10만원 정도 비쌌는데 지금은 오히려 평당 3백만∼4백만원 싸다"며 "쓰레기를 태울 때 몸에 해로운 다이옥신이 나오는데 반대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 종량제 실시로 쓰레기 발생량이 대폭 줄어 소각장 하나로 2∼3개 구를 커버할 수 있다"며 "혈세 1천10억원을 들여 지은 소각장을 놀려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주용석.홍성원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