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자치구의 한 공무원이 4년째 지역주민과 불우이웃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 신생아를 대상으로 무료로 `작명'(作名) 봉사를 벌이고 있다. 주인공은 서초구청 민원여권과 호적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동우(51.행정 6급)씨. 업무시간 외 틈틈이 시간을 내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역학'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이씨는 98년 9월 민원업무를 맡으면서 지역 주민들이 아기 이름을 짓는데 애를 먹는 것을 보고 무료작명 봉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4년간 그가 이름을 지어준 신생아만도 1천명이 넘는다. 아기 이름을 지어달라고 찾아오는 주민들이 매일 10여명이나 되지만 업무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작명업무는 반드시 일과후에 한다는 철칙도 세워놓았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초구뿐 아니라 제주도와 광주, 춘천 등 전국 각지에서 작명을 부탁하는 e-메일과 팩스, 편지도 쏟아지고 있지만 소외계층의 자녀 이름부터 먼저 지어준다는 게 이씨의 또 다른 원칙이다. 처음에는 고마움의 표시로 가져오는 선물을 뿌리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예라, 지나, 매리 등 영어로 표기했을 때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이 쇄도, 세월의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고 이씨는 말한다. 심리상담전문가 자격증 보유자이기도 한 이씨는 복지법인 `사랑의 전화' 사이트(www.counsel24.com)에서 사이버 상담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부모들이 아기 이름을 보고 기뻐할 때 가장 큰 만족을 느낀다는 이씨는 "공직생활을 하는 날까지 계속 작명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