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의 경기도교육감실점거농성이 길어지면서 양측간 단체교섭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교섭중단과 점거농성의 논리는 단순하지만 그 배경에 자리잡은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 타결되지 않은 쟁점사항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커서 교섭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섭과정 전교조 경기지부는 지난해 12월 도교육청과 단체교섭을 위한 사전협의를 갖고 200여개 항의 교섭안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교섭에 착수했다. 공동교섭을 원칙으로 하는 이 교섭에는 한국교원노동조합 경기본부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두 단체는 이후 모두 8차례의 사전협의를 거쳐 지난 6월 7일 본교섭을 시작했다. 실무교섭을 통해 세부사항을 협의하고 정리된 문안을 본교섭에서 합의하는 형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양측은 256개 항 가운데 123개 항을 타결짓고 87개 항은 삭제하는 것에 합의했다. 나머지 46개 쟁점사항은 미타결 상태로 남아 있다. ◇교섭중단.농성 도교육청은 3차 본교섭을 갖기로 한 지난 26일 교섭중단을 선언했다. 교섭상대인 두 단체 가운데 한교조측이 교섭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교섭중단 선언의 이유였다. 한교조는 지난달 본부 위원장 선거가 있었으나 새로 선출된 위원장의 자격문제로 인해 당선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도교육청은 교섭 위임권자가 궐위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교섭은 아무런 의미가없다고 판단, 한교조가 정상화될 때까지 교섭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교섭을 미루기 위한 핑계라고 규정하고 교섭재개를 요구하며 교육감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양측 입장 도교육청은 공동교섭 상대인 두 단체 가운데 어느 한쪽의 대표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교원단체담당 이기용 사무관은 "한교조측의 교섭 위임권자인 위원장이 궐위됐기때문에 단체교섭에서 타결된 내용이 모두 무효가 될 수 있다"며 "노동부의 유권해석결과에 따라 교섭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런 도교육청의 논리가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지부 박효진 정책실장은 "한교조의 규약상 수석 부위원장이 권한을 대행할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다른 시.도에서는 단체교섭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유독 경기교육청만이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 한교조가 노동부에 의뢰한 유권해석의 결과에 따라 조만간 교섭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한교조는 집행부 재구성을 통한 대표성 회복까지 시일이 오래 걸릴 조짐을 보이자 최근 위원장 궐위 상태에서 부위원장이 권한대행 자격으로 교섭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교섭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첨예하게 대립된 쟁점사항을 타결지을 때까지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사위원회 참여보장, 학습지도안 및 학급경영록 결재 폐지, 사립학교 인사심의위 설치, 주번교사제 및 방학중 교사근무 폐지 등은 도교육청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사항으로 못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농성 장기화가 불러온 감정악화도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도교육청은 청내 현관과 복도를 돌며 꽹과리를 치고 구호를 외치는 전교조 농성자들의 행태를 명백한 업무방해 행위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 이들을 강제로 끌어내자는 의견을 제시하고있지만 자칫 사태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다. (수원=연합뉴스) 박기성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