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최근 한국 경제와 기업들을 향해 눈을 흘겼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가 주최한 재계 원로·최고경영자 하계 포럼에서였다.


"도대체 정부와 일본은행은 엔화값이 10% 올라가면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는지 분석이나 해놓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데이 회장의 불만과 비판은,엔화값이 숨가쁘게 치솟고 있는데도 이를 컨트롤(?)하지 못한 통화당국에 집중됐다.


그리고는 한국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 원화는 왜 그렇게 싼(달러 환율이 높은)겁니까? 삼성전자만 유독 돈방석에 올라앉지 않습니까."


그는 한국 경제의 실력에 비해 원화값이 저평가돼 있다며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는 삼성전자가 노다지를 캐고 있는 것이 원화 약세와 무관치 않은 듯한 뉘앙스의 말을 덧붙였다.


이데이 회장의 발언은 일단 일본 통화당국을 겨냥한 펀치임이 분명하다.


엔화값이 1엔만 올라도 도요타자동차가 2백억엔의 이익을 날리고,소니는 1백억엔대의 돈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시기와 장소,그리고 한국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묘한 뒷맛을 남긴다.일본이 엔고 덫에 걸려 신음하는 사이 한국 경제와 기업들은 막대한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인식과 경계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한·일 경제 역전론이 고개를 든 올 상반기 한국에선 소니 등 일본 대기업을 한국 라이벌이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소니 1개사가 2분기 3개월 간 올린 영업이익은 무려 5백19억엔(약 5천2백억원)이었다.


그리고 일본 기업들은 상반기에만도 작년 동기보다 56%나 늘어난 4조9천8백억엔의 무역흑자를 챙기며 경제 회생의 견인차 역할을 소리 없이 해냈다.


원고 태풍에 휘말린 한국 재계에서는 "숨 좀 쉴만 하니 환율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는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잘 나가는 한국 기업들의 약점 중 하나가 환율에 있다는 것을 꿰뚫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견제와 반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데이 회장의 발언은 그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