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업무에 파견된 미군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이른바 `면책특권'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 10일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세계각국의 집중 비난을 받았다. 캐나다와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코스타리카 등 세계각국의 대표들이 차례로 미국의 이같은 요구를 비난했으며 미국의 입장에 동조한 국가는 ICC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인도 뿐이었다. 미국은 ICC의 창설 법령 제16조에 의거해 유엔 안보리가 승인하지 않으면 ICC가사실상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결의안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당초 이 문제를 논의할 공개회의를 제안했던 폴 하인벡커 유엔주재 캐나다 대사는 첫번째 연사로 나서 미국의 이같은 요구로 안보리의 신뢰성과 국제조약의 적법성,모든 사람은 법앞에 평등하고 책임이 있다는 원칙 등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 이디 아민, 홀로코스트, 르완다 대학살,코소보 인종청소 등의 만행을 목격한 한 세기를 막 벗어났다"면서 "확실히 우리 모두는 가장 잔인했던 세기로부터 근본적인 교훈을 얻었으며 그것은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우려사항들은 ICC나 국제법을 무력화하거나 유엔안보리를 대량학살, 반인륜범죄,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처벌하지 않을 가능성을 용인하는입장에 빠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면책특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유엔의 평화유지업무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이 전쟁범죄 근절과 보스니아 평화 등에 전념하고 있지만 안보리가 `우리 평화유지군'의 법적 처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데 대한 `좌절감' 때문에 보스니아 평화유지 업무의 6개월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유지군을 법적으로 ICC 전범재판소에 보낼 수 있는 위험을 다루지 않는 것은 평화유지군의 유엔 파견을 방해할 수 있다"면서 "그것은 확실히 평화유지군에 기여하는 우리의 능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렌 마르그레테 로지 유엔주재 덴마크 대사는 유럽연합(EU)을 대표해 EU는 평화유지군에 대한 정치적인 처벌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법적으로 충분한 안전장치들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로지 대사는 개별국가들이 사법적인 정의를 이행할 의향이 없거나 능력이 없을때에만 ICC가 개입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유엔 평화유지 업무를 보이콧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장-다비드 레비테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도 "만일 미국이 모든 (평화유지) 업무를 중지시킨다면 누가 시에라리온과 남부 레바논, 동티모르 등지에서 평화유지 책임을 떠맡겠는가"라고 물으면서 "그들을 이 상황의 인질로 만들지 말자"고 말했다. (유엔본부 AP.AFP=연합뉴스)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