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립내각 구성과 부패청산 입법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탈(脫) DJ'로정국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가 회견에서 대통령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탈당과 아태재단 해체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본인이 결단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정쟁중단을 위한 중립내각' 구성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회담을 제의했다. 특히 서해교전 사태를 계기로 정국이 이념대립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8.8 재보선과 연말 대선가도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보고 이에 제동을 걸면서 반부패 이슈 선점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아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 당과 자신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3후보론' 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회창 후보와의 양자대결 구도를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 후보는 "현 정부의 공(功) 만큼은 어떤 역풍이 불더라도 확실이 이어갈것을 다짐한다"면서도 "그러나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병폐와 현 정부의 잘못은반드시 청산해 나갈 것"이라고 `과거청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짊어지고 갈 것'이라던 기존의 입장에서 자산만승계하고 부채는 청산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현 정부의 부정부패와 확실한 단절을선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부패문제 만큼은 이번 대선이 끝나기전에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과 지방선거 패배의 1차적 원인이 부패문제때문이라는 노 후보의 상황인식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노 후보는 이같은 기조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부패청산 특별입법을 양당합의로연내에 조속히 통과시키기 위한 대통령후보 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그가 제안한 특별입법에는 ▲국정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소위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 확대 실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정치자금법 개정▲부정재산 추적환수 등 당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제도적 개선안이 포함돼 있다. 당초 한시적 특검제 상설화도 검토됐으나 비리수사처와 중복될 소지가 있다는점에서 삭제됐고, 인사청문회 대상에 논란이 돼온 국정원장을 포함시킨 것은 적극적인 부패청산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과반수에 육박하는 의석을 가진 거대 한나라당은 끊임없이 현 정부의정치적 중립성과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망국적 정쟁중단과정국 안정을 위해 한나라당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총리와 법무.행자부 장관 등을 한나라당 추천인사로 임명하는 등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노 후보의 중립내각 제안에 대해 청와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정국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술수"라고 비난하는 등 그의 제안들이 실현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이와함께 노 후보측은 서해교전 사태의 와중에 긴급회견을 가진데 대해 "부패문제 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이 역시 `상황반전용'이라는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날 회견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정균환(鄭均桓)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등이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등 당내 계파간 갈등양상도 여전해 그가 당내에서 이니셔티브를 잡고나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부패청산을 위한 입법의 경우 시대적 명분과 당위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정치권 일각의 권력 분권화를 목표로 한 개헌논의와도 맞물려 있어 향후정치권의 반부패 입법 논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