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되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가 결국 구속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3일 윌슨병을 앓고 있는 아들(29)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 김모(59.광주 남구 방림동)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윌슨병으로 시각ㆍ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김씨는 지난 1일 오후 7시20분께 자신의 집 작은 방에서 아들이 "죽여달라"고 하자 추리닝 허리끈을 이용,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김씨 가족은 2대에 걸쳐 나이가 들수록 하반신이 마비되고 눈이 멀어지는 윌슨병을 앓고 있는데 어머니와 여동생, 조카 등 3명이 이미 이 병으로 사망했고 딸(30)도 이 병으로 현재 목포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씨는 아들을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여년전부터 증세가 나타난 김씨의 아들은 광주의 한 요양원에서 생활하다 지난 5월께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의 짐이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며 "자살하겠다"는 말을 자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김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동네 주민 50여명이 경찰에 선처를 호소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불치병 아들을 살해한 김씨에 대해 동정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희귀병인 윌슨병은 체내에 흡수된 구리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간과 뇌, 신장, 각막 등에 축적돼 그 독성으로 간경화와 뇌이상 등의 증상을 보이는 선천성 질환으로 인구 3만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