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의 월드컵 참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해 최초의 1승,16강 진입을 갈망하던 한국축구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세계 4강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세계축구의 '변방'에서 '중심'국가로 우뚝 선 한국축구대표팀의 선전과 온 국민의 뜨거운 열기를 보면서 이 한편의 전설 한 가운데 있었고 이를 만들어낸 거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생각해 본다. 첫째,소신에 기초한 리더십(hardiness based leadership)이 돋보인다. 그는 한국축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축구철학과 경험을 총동원해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이를 꾸준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컨페더레이션스컵이나 골드컵의 부진에 따른 엄청난 비난에도 굴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결과가 가능했다. '철학과 신념에 기초한 리더의 소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교훈을 던져 준다. 둘째,투명성에 기초한 리더십(transparency based leadership)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 우리에게는 지연 혈연 학연에 따라 많은 것이 영향을 받는 고질적인 병폐가 있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철저하게 축구능력과 열정만으로 선수를 선발했고 공정하게 선수단을 운영해왔다. 이러한 공정성이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된 많은 선수들의 자양분이 되었고 동기유발이 됐으며,대단한 성과의 원동력이 됐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모티베이션에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교훈을 준다. 셋째,역량에 기초한 리더십(competency based leadership)을 배워야 한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이에 비추어 한국축구의 장단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진단한 후 축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라는 기본적인 역량의 확충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협동 공격,협동 수비' 그리고 '생각하는 축구'라는 한국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했다. 기본적인 역량의 진단과 육성에 냉정하지 못했더라면 90분 내내 상대편을 숨막히도록 압박하면서 경기를 주도해 나갔던 한국축구의 진수는 창출되지 못했을 것이다. 넷째,국제 기준에 기초한 리더십(global standard based leadership)의 중요성도 다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쟁만이 최선'이라는 사실과 '그 경쟁은 세계 일류수준과의 경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었다. 보다 편안하고 인기영합적인 길이 아니라,다소 힘들고 외롭더라도 세계 강팀과의 평가전을 기꺼이 펼쳐나갔다. 신자유주의와 글로벌화가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면,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줬다. 다섯째,공유가치에 기초한 리더십(value sharing based leadership)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취임 후 인터뷰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세계적 스타플레이어들은 월드컵을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뛰는 것만으로도 긍지를 느끼는 순수함이 있다"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었다. 한편 거듭되는 승리 속에서 어디까지가 목표냐는 질문에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라고 응답함으로써 그동안 우리 국민이 월드컵에 대해 얼마나 목말라 했는가를 정확하게 갈파했다. 그의 이러한 정확한 공유가치에 대한 인식은 '선수,코칭스태프 그리고 온국민 응원단'이라는 황금의 삼각축(golden triangle)을 구축하게 했고,세계 4강이라는 업적을 만들어 냈다. 이번 월드컵 대회는 한국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뜨거운 열정의 나라'라는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또 '계기만 주어지면' 하나가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그러나 세계 일등의 벽이 얼마나 험난하고 높은지,그것은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번 월드컵대회는 우리 대한민국에 성공적인 이벤트의 끝이 아니라,새로운 도약과 웅비의 시작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분명 달라졌다. 우리는 해냈다. 오늘의 이 감격과 성취를 오래 오래 기억하며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 자양분(滋養分)으로 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