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한국 선수들을 광고 모델로 영입하려는 기업간 경쟁이 시작됐다. 한두달전만 해도 '그저 그런' 모델이던 이들이 월드컵 대회를 거치면서 국민적 스타로 부상,광고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부 대기업과 광고업계는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제안을 해둔 상태다. 관심의 대상은 이들이 받게 될 모델료. 월드컵 이전 대부분 6개월∼1년에 4천만∼1억원선이던 선수들의 모델료는 적어도 2∼3배 수준으로 뛸 전망이다. 히딩크 감독의 모델료(6개월 단발)는 10억원을 웃돌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이미 첫번째 성과가 나왔다. 철벽수비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장신 수비수 최진철 선수는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현대자동차 광고 모델로 결정됐다. 모델료는 연간 1억3천만원이나 된다. 물론 영입 대상 1순위는 단연 히딩크 감독이다. 월드컵 기간에 '히딩크,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카피로 잔잔한 감동을 준 삼성카드와 1년 계약이 이달말 끝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히딩크 감독의 거취와 상관없이 재계약을 추진중"이라며 "계약이 성사되면 공익적인 내용으로 캠페인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카드와 계약한 히딩크 감독의 모델료는 3억원대로 알려져 있지만 경제·사회적으로 확산된 '히딩크 신드롬'을 감안하면 다음 계약 때는 모델료가 대폭 뛸 게 분명하다. 기업들은 특히 월드컵을 통해 히딩크 감독이 국민들에게 심어준 '신뢰감'이 광고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고대행사 한 관계자는 "박찬호 선수의 국민카드 1년 전속 모델료가 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히딩크 감독의 몸값은 6개월 단발에 10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며 "독점권을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지면 수십억원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 중에는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안정환 선수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선수는 내년 2월까지 소망화장품,4월까지 푸마(이랜드)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고 있지만 다른 업종에도 모델로 출연이 가능하다. 소망화장품은 안 선수가 동점골을 넣은 미국전 직후 예정에 없던 인쇄 광고를 '그의 골은 꽃입니다''그대여 4강의 꽃을 피워라'등 다양한 카피로 제작해 대량으로 집행했다. 소망화장품 관계자는 "안 선수의 바쁜 일정으로 재계약 이후 광고를 한 편도 촬영하지 못했다"며 "TV광고와 지면광고 3편을 이달부터 촬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선수 이외 송종국(리바이스) 유상철(순창고추장) 최태욱(엑스켄버스) 차두리 최용수(코카콜라)등이 월드컵 이전부터 광고 모델로 데뷔했다. 이들중 일부는 6∼8월 계약이 끝나거나 다른 업종 광고 출연이 가능한 가전속 상태여서 광고 모델로도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광고대행사 웰콤 관계자는 "월드컵이 끝나갈 무렵부터 선수들을 모델로 섭외해 달라는 광고주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못했던 선수들도 기업들의 관심권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