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3일 남한이 이탈리아를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한 경기를 뒤늦게라도 녹화방영한 것은 `한 핏줄'이라는 동포애를 강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지난 18일 열렸던 한-이(伊)전을 녹화중계한 것은 북한 분석가들에게 북한 정권의 분위기와 심성, 동기 등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있다면서 이런 방송은 북한이 남한이 축구 강국들을 연파한 자부심을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 관측통들의 말을 인용, 북한이 월드컵 기간에 처음으로 한국전을방영한 것은 북한 공산주의 정권이 (한민족이라는) `공통적 유대'(common bond)를강조하려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우리는 같은 얼굴을 갖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했다. 일부 분석가는 정치적으로도 북한 정권이 작년 9.11 테러사건이후 미국의 대북강경노선과 `악의 축' 비난을 고려, 남한과 더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는의견을 피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일례로 북한의 축구 해설가(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부소장)가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토티가 페널티킥 유도를 위한 시뮬레이션(일명 `할리우드 액션'으로퇴장당한 데 대해 "주심이 옳았다"고 평가하는 등 공개적으로 남한편 들은 것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한-이전 방송 결정이 상징주의(심볼리즘)와 역사적 전례가 매우 중요시되는 나라에선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아시아의 한 강국(power)이 서방의 한 강국을 물리쳤다는 것 외에 역사적으론 북한의 1966년 월드컵 8강진출과 맞먹는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한이 북한의 월드컵 8강 진출과 같은 성적을 내는 데 36년이걸렸음을 은근히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에서 월드컵이 열리고 남한이 8강에 진출했으며 초현대식 스타디엄과 열광하는 군중 등을 방영함으로써 남한을 어떤 식으로든 인정한 것은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문은 북한 당국이 관중석 하단에 걸린 태극기 장면을 삭제하진 않았지만 월드컵 게임 방송으로 자국민들이 일정한 금지선을 넘어 생각하거나 일탈하지 않도록 `대~한민국' 등의 구호, 남한인들의 풍요로움과 개성을 보여줄지 모르는 확대된 응원장면을 삭제하는 등 심하게 편집했으며 녹화방송도 한-이전 5일뒤, 남한의 4강 진출 하루 뒤에나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분석가는 북한이 녹화테이프를 편집하고 방송권료 지불없이 한국텔레비전 방송사로부터 필름을 빌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너그럽게 해석했으며 다른 분석가들은 북한이 방송 결정전 남한의 승리여부를 보기위해 기다렸던것으로 말했다. LA 타임스는 북한이 미디어를 완전 통제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입으로 확산되는것까지 막긴 어렵다면서 주민들이 (구두나 소문으로) 알기 전에 월드컵 소식을 공표되지 않는다면 대정부 신뢰도가 훼손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남한 축구 연승은 마치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일종의 뉴스였다며 세종연구소의 북한전문가 박학순씨의 말을 인용, "북한이 강철 장벽을 갖고 있으나 그 벽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의 영광(월드컵 8강진출)을 뛰어넘는 남한의 4강 진출게임 등을 방송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이전 방송의 국내외적 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것은 분명하며 아직까진 매우 객관적이고 우호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이런 방송을 통해 남북및 북미관계 진전 등 너무 많은 것을 읽어내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