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미국발 금융불안에 대한 걱정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금융위기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국제금융시장은 당분간 불안에 시달릴 것 같다. 이같은 상황이 빨리 수습되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중남미 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장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과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권에 자칫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는 달러가치와 주가의 동반 급락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금융불안을 단시일안에 수습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하이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악화와 엔론사태로 터져 나온 기업회계 불신, 그리고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미 경상수지적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10여년간의 장기호황기에 누적된 비효율적인 투자와 방만한 경영,도덕적 해이의 만연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대로 가면 금융시장 동요가 소비위축을 불러와 미국경기의 '이중침체'로 이어질 위험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을 대신해 동요하는 세계경제를 진정시킬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여간 딱한 일이 아니다. 당장 달러약세의 여파로 인한 엔고 현상이 경기저점 통과를 낙관하던 일본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엔 역부족이며, 중국마저도 고도성장이 주춤한 실정이다. 물론 미 주가하락과 달러약세는 그동안의 지나친 고평가를 시정한다는 차원에서 어느정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조정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어 위기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과거 80년대 중반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적인 공조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내일부터 열릴 예정인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책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미 연준리의 금리인하 조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응급처방일뿐 근본대책은 아니라고 본다. 9·11 테러사태 이후 저금리기조 가속화와 대대적인 유동성공급 확대를 통해 급한 불은 껐지만,그 여파로 일본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집값 급등과 기계대츨 폭증을 겪는 등 불씨가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각국은 구조조정과 거품제거에 총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이점에서 우리도 결코 예외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